한 출소자의 '마중물'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8.12.08 10:22

[피플]사회연대은행 기부 나선 주선장 장원수산 대표

"굴비세트 판매수익 40%를 사회연대은행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사회연대은행도 말리고, 판매업체도 말렸다. 아직 손익분기도 맞추기 어려운 경영상황에서 이익도 아닌 수익 40%를 배분한다는 건 무리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그는 비용만 빼고 이익 전액을 사회연대은행과 재소자 복지사업에 나눠서 기부하기로 했다.

판매업체 역시 굴비세트 판매이익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사회연대은행은 기부 받은 돈 일부를 노숙자들에게 햅쌀 떡국을 끓여주는 데에 쓰기로 했다.

이러한 '나눔의 선순환'을 만든 주인공은 주선장(50, 사진) 장원수산 대표다. 그는 지난 10월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소액서민금융재단 기금 1000만 원을 지원 받아 인천에서 3평짜리 생선가게 2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교소도 출소 후에도 채무가 남아 누구에게 돈을 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사회연대은행이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지원해준 것이 사업의 마중물이 되었다"고 말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그는 잘 나가는 명품의류 수입업체 사장이었다. 서울 압구정동의 32평짜리 아파트에서 살면서 벤츠 차를 굴리고 하이야트호텔에서 밥을 먹었다. 그의 업체가 부도를 내기 전까지는.


"사기죄로 고소당했습니다. 갚을 수 있는 능력도, 갚을 의지도 없었지만 부도를 일단 막으려고 마구 돈을 끌어다 썼습니다. 판결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당시 저 때문에 피해 받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으로 삽니다."

출소 후 그는 한국교정복지선교연합회 사무국장, '마중물나눔의집' 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교도소 재소자 복지 제고, 출소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지난 6월엔 성매매 피해자였던 고(故) 한순미(36)를 도운 사연으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교도소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전국의 교정복지 선교단체로터 정신적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재혼한 처의 친정식구들은 수산물쪽 일을 하면서 저를 도와주고 계십니다. 저 역시 다른 재소자와 출소자를 돕고 싶습니다."

그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버는 돈인데 소비자한테 정직한 상품을 팔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적 배가 서해에서 잡은 조기를 구해 영광으로 직접 가져간 후 말려서 포장하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현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국내 어시장에서는 중국산 조기를 영광에서 말려 파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중물은 많은 물이 아니고 꼭 한 바가지의 물입니다. 그것이 더 많은 물을 길어내게 해줍니다. 마중물 같은 자금이 없어 절망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비관해 죽어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더 많은 마중물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장원수산의 굴비세트는 사회연대은행(02-2274-9637)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굴비세트 외 과일, 떡, 한과, 멸치, 한우 등 다른 설 선물세트를 구매해도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구매하면 사회연대은행에 기부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이로운몰 소개페이지(www.erounmall.com)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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