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원 한때 1600원 돌파 '사상 최고'

머니투데이 박상주 기자 | 2008.12.05 16:10

(상보)1년물 엔화 차입기업 상환부담 배로

5일 원/엔 재정환율이 장중 한때 1600원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전 원/엔 재정환율이 800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1년 만기로 엔화를 차입한 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배로 늘어나게 됐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600원선에 조금 못 미치는 1598.59원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75.5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같은 시각 동경외환시장에서 엔/달러는 92.30엔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90원대에서 공방을 펼쳤다. 여기에다 동경외환시장에서 엔/달러가 92.06엔까지 하락하자 원/엔 재정환율이 1600원을 돌파했다. 고점은 100엔당 원화비율 1608.69원이다.

뉴욕 증시 약세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엔화가 강세를 보인 반면 원화는 약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이 크게 급등했다.

원/엔 환율은 2008년 9월 1일 1001.38원을 시작으로 1000원대에 접어들었다. 지난 10월 27일에는 1500원대를 훌쩍 넘은 1532.81원을 기록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날 1600원선을 돌파한 것이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3개월 4일만에 60%나 급등했다.

한국은행이 공식 집계한 재정환율 기준종가에 따르면 2007년 11월 원/엔 환율 평균은 826.20원이다. 지난달 원/엔 환율 평균은 1435.0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68% 상승했다. 2007년에 100엔을 빌릴 당시 826원을 돌려주면 됐는데, 1년새 1435원을 줘야 하는 셈이다.

12월 국내 은행과 기업들의 연말 결산이 남아 있는 데다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이 바닥을 보여 환율 상승압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말 원/엔 평균 환율이 1600원 선을 훌쩍 넘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1년 전인 2007년 12월을 기준으로, 1년 만기 엔화를 차입한 기업들은 빌렸을 때보다 배 가량 많은 원화를 들여 차입금을 상환할 처지에 놓였다.


엔화 차입에 대한 이자지급액도 원화로 계산하면 배 이상 올라 엔화 차입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일본기업과 수출 경쟁을 하는 기업들에게는 호재다. 그러나 글로벌 소비부진으로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동경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6월 22일 124엔을 고점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지속적인 엔화강세는 지난 10월 22일 달러당 100엔 선마저 무너뜨리며 90엔대 하단에서 강세장을 이어갔다.

원/엔 재정환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12월 24일 1512.55원까지 급등한 이후 하락세를 유지해왔다. 2007년 7월 9일에 746.15원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이후 급등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엔/달러 90엔 이하, 원/달러 1500원 이상 정도의 수준으로 재정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지금이 원/엔 재정환율의 고점이라고 생각한다면 엔화 차입의 적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역사적으로 보면 1995년에 엔/달러 80엔에서, 그리고 2004년 100엔대에서 일본중앙은행이 환율 방어에 나선 적이 있다"며 "일본도 수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엔/달러가 80엔 선까지 가면 개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엔화는 달러에 비해 비교적 장기물 차입이 많은 편"이라면서 "미국발 신용불안 이후 엔화 가치가 상승한 원인보다 원화가 약세를 이어간 것이 더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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