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쿠르드 바지안 광구 포기 왜?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 2008.12.05 15:22

정제마진 감소로 값싼 이라크 원유 수입 재개 필요성 부각

SK에너지가 쿠르드 석유개발 사업 중단 의사를 이라크 정부에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SK에너지측에선 이 건에 대해 "확정된 게 없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유력 통신사인 로이터에 이라크 석유장관 멘트로 SK에너지가 이라크 석유수입 재개를 위해서 쿠르드 바지안 광구 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도된 만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하면 SK에너지는 왜 바지안 광구 개발 사업을 포기한 것일까.

우선은 이라크 원유수입 재개의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 급락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로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GS칼텍스의 경우엔 80년대 오일쇼크 이래 처음으로 연간 기준 적자를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도 석유개발 사업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유정준 SK에너지 사장은 최근 "금융위기에 따른 문제로 유동성 확보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며 "보유하고 있는 광구를 맞교환 하는 방식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이라크 정부로부터 원유수입 금지 조치를 당하기 전 SK에너지는 하루 수입량의 약 5% 정도(5만배럴)를 이라크에서 수입했었다.


수입 금지 조치 후 SK에너지는 이를 현물시장에서 조달하는 식으로 충당하고 있는 데 이로 인해 원유수입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원유 수입 금지 조치가 장기화 될 경우 비용 부담이 갈 수록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라크 원유수입을 포기하고 바지안 광구 개발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기회비용을 상쇄할 만한 수익성이 보장돼야 하는 데 현재 상황에선 이마저 불투명하다.

바지안 광구의 매장량은 6억배럴 정도로 추산돼 시추에 성공할 경우 어마어마한 수익을 차지할 수 있다. SK에너지의 바지안 광구에 대한 지분은 19%다. 나머지는 석유공사(38%) 등 다른 컨소시엄 참여사들이 나누어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쿠르드 유전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해외에 수출하거나 국내로 들여오는 게 불가능하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석유공사는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간 석유이권 배분을 규정한 석유법이 통과될 경우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석유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SK에너지는 불확실한 미래 수익보다는 현실의 이익을 챙기는 게 실익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바지안 광구는 현재 탐사 초기단계로 투입된 투자금액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당장 손을 떼도 손해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SK에너지가 바지안 광구 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대성산업ㆍ삼천리ㆍ범아자원개발(각 9.5%), 유아이에너지(5%), GS홀딩스ㆍ마주코통상(각 4.75%) 등이 우선 매수권을 갖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