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AMC-KB證-금호산업 '이상한 삼각관계'

더벨 길진홍 기자 | 2008.12.05 10:14

[thebell note]실질 차주·대출금 상환 출처 등 불투명

이 기사는 12월04일(15:1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인수 계약금 조달을 두고 ‘스무고개’ 가 펼쳐지고 있다.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무산되면서 브릿지론을 회수해야 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 실질적인 차주의 존재가 모호하다.

계약금을 투자했던 금융사는 대형 건설사 채무인수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고 한다. 반면 시행사의 채무를 떠안기로 한 건설사는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대출금 상환능력을 상실한 채무자는 계약파기 직후 수백원대의 거금을 갚고 있다. 채무자는 그러나 자금 출처와 관련해 굳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돈이 오고 간 흔적은 명확한데 애써 서로들 그 자취를 감추려고 한다. 다들 약정에 따른 비밀유지 사항이니 더 이상은 묻지 말아달라는 반응이다.

채무자는 짧은 기간 내에 어떻게 돈을 마련했을까. 원채무자가 차질 없이 돈을 갚고 있는데 보증을 섰다는 건설사가 떳떳이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기관은 왜 또 실질차주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무대의 주인공은 KB투자증권(투자자), 강호에이엠씨(채무자), 금호산업(실질차주)이다. 자본금 2억원 규모의 강호에이엠씨는 올해 6월 힐튼호텔 인수계약을 따냈다.

9월 말로 예정된 인수잔금 납부기일을 11월 말까지 한차례 연기했다가 결국 CDL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다. 또 계약파기 다음날 대출금 210억원을 금융기관에 곧바로 상환했다.


KB증권은 강호에이엠씨에 인수 계약금 580억원을 투자했다. KB증권은 최근 힐튼호텔 인근 부지 매입비용으로 140억원을 빌려준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투자금 720억원은 10위권 대형 건설사가 채무인수를 약정했기 때문에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호에이엠씨가 KB증권으로부터 빌린 720억원의 채무인수를 약정한 것으로 알려진 금호산업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금호산업이 시공사로 참여했던 정황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힐튼호텔 인수에 참여했던 금융기관과 투자가들이 모두 금호산업을 지목하고 있다.

호텔 인수계약이 깨지기 전까지만 해도 강호에이엠씨와 KB증권은 시공사로 금호산업을 내세웠다. 그러다가 이 두 회사는 최근 지급보증 문제가 불거지자 돌연 시공사의 실체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안타까운 건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린 사실을 당사자들만 쉬쉬하고 있는 점이다. 때로는 판단 착오로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 큰 개발이익을 기대했던 사업에 채무인수를 약정할 수도 있다. 특히 호텔 인수잔금 조달 실패의 원인이 된 금융시장 경색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

그 사이 힐튼호텔 1대주주인 CDL만 이득을 보게 됐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CDL코리아는 이번 매각협상 무산으로 계약금 580억원을 챙기게 됐다. 또 잔금납부 만기일을 한차례 연기해주는 조건으로 10억원을 추가로 받아갔다. 강호에이엠씨의 계약금 손실은 사실상 국부유출이다.

CDL이 또 다른 국내 기업과 힐튼호텔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어느 투자자가 들어갈까, 어느 건설사가 개발 사업을 맡을까, 그들만의 삼각관계 속에서 과연 누가 웃고, 누가 또 울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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