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한·미간의 향후 통상 축구 경기

류병운 홍익대 교수(국제통상법) | 2008.12.05 13:29
얼마 전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9년 무승의 징크스를 깨고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 승리는 7만 사우디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벌어진 원정 경기에서 거둔 것으로 경제난에 지친 국민들에게 한 줄기의 위안과 '하면 된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문득 향후 한국과 미국의 통상관계를 축구경기에 한 번 비유하여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년부터 지휘봉을 잡게 된 미국의 새 감독 오바마는 해외 경기장을 미국 팀에게 더욱 개방되도록 하고 세계협회(WTO)를 압박하여 각 국 팀의 원정 경기 출전선수에 대한 부당 보너스(보조금)의 지급 중단과 텃세(비관세 장벽)를 없애도록 하는데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미국 팀과 경기를 원하는 팀은 선수 고용 및 훈련 조건과 경기장 환경이 우수해야 할 것이며 이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면 '북미 경기장 자유 사용협약(NAFTA)'의 개정도 모색할 것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도 미국 팀이 참가하는 국제경기는 반드시 미국 선수 고용 및 경기 수입의 확대의 효과를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사실 오바마 감독은 감독으로 선임되기 전부터 미국 팀이 기대하는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월드컵체제(세계화)와 자유 경기 방식에 불만을 표출했고 한국 원정경기에서 헛발질만 한 미국 자동차 선수들이 제 기량을 못 펼친 것은 한국의 텃세 탓이라면서 얼만 전 양국이 서명을 끝내고 비준절차를 밟아야 하는 '한·미 경기장 자유 사용협약(FTA)'의 재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오바마 감독의 등장으로 미국 원정경기 수입이 짭짤했던 한국은 긴장 속에 의견이 분분하다. 성급하게 '한·미 FTA'의 비준 거부나 재협상 요구를 기정사실화 하는 비관론도 있고, 과거 일본 자동차 선수들에 대한 오프사이드 규칙 변경 등 미국의 대응조치들이 무의미했고 더구나 최근 일본 선수들이 미국 홈 경기에서 번번히 헤드트릭을 기록하는 점을 모를 리 없는 오바마가 '한·미 FTA'로 화살을 돌린 것은 자동차 선수들로부터 감독 선임에 필요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립서비스 차원에 불과했다는 낙관론도 있다.

사실 한국이 안절부절못하는 이유 중에는, 관중에게 해가될 수 있다는 루머가 있는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 선수를 그 루머가 가실 때까지 한국 원정 경기에 출전시키지 말 것을 막후에서 미국 측에 요청했던 것과 '한·미 FTA'에서 미국이 기량이 뛰어난 3000cc급 이상 자동차 선수들은 협정이 발효되어도 향후 3년간은 원정 경기 시 경기장 사용료[관세]물어야 한다는 조항 등을 미국이 못마땅하게 여길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감독 역시 WTO통해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점을 분명히해 국제경기 활성화 그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그와 출신 배경이 같은 클린턴 전 감독도 NAFTA 부속협정을 타결 8년 임기 내내 상당한 수입과 미국팀의 경기력을 향상시켰고, 당시 리그에 참여하지 못했던 중국 팀에게도 다른 팀과 같은 조건(최혜국 대우)에 미국 경기장을 개방했다.


오바마 감독이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를 외교 코치(국부장관)로 임명한 것도 그가 초기 클린턴 감독과 비슷한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견되는 점이다. 또한 오바마의 해외경기장 개방정책은 잠재적 관중수가 엄청나게 많으면서도 미국 팀에 대해서 텃세가 가장 심하고, 번번이 짝퉁 선수(지적재산권 침해)를 출전시키며, 경기장 사용(시장 접근)도 제한하는 중국이 주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오바마 감독이 당분간 한국과의 경기에는 신경을 쓰기 어려울 것 같다. 심각한 경리부(금융) 문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그 동안 훈련을 게을리 하던 GM, 포드, 크라이슬러와 같은 자동차 선수들이 성인병 징후를 보여 팀 재정비 없이 당분간 미국 팀이 국제경기에서 선전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그들이 한국 원정경기에서 맥없는 경기를 펼친 것도 오바마의 말처럼 한국의 텃세 때문이 아니라 그 성인병 징후 때문이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한·미 FTA'에 대해서 한국이 너무 앞서 비관론에 빠져서도 안되고 더구나 이사람 저사람이 미국을 방문 미국 코치를 만나보려는 조급함을 보이는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18조는 비준을 조건으로 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그 조약의 당사국이 되기를 명백히 거부하기 전까지는 조약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을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게도 부담이 큰 재협상 요구를 미리 기정사실화하기보다는 초연하게 우리의 비준절차를 마치는데 노력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선수들의 체력강화와 경기력 향상이 제일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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