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맹신말고 자금계획부터 든든히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8.12.11 04:04

[머니위크]반토막 부동산 경매, 주의점은?

“반값 아파트를 찾으려면 경매법정을 찾으라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정말 괜찮을까요?”

불경기에 뜬다는 부동산 경매는 경기에 반비례하는 특성 탓에 어려운 시기일수록 매물도 많고 가격도 낮게 책정된다. 최근 감정가 대비 51%짜리 매물이 쌓이고 민간경매에서는 반값 아파트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매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IMF 사태 때 경매시장으로 쏟아지던 알짜 부동산 매물을 놓치고 아쉬워했던 경험자들은 '또 한번의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 공급 많고 낙폭도 커

인기 상한가를 달리던 '버블세븐' 지역에서 경매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써브가 1~10월 대법원의 매각통계를 분석한 결과 강남3구인 강남, 서초, 송파와 양천이 경매건수 상위 1~4위를 차지했다.

서울 경매물의 낙폭이 지방에 비해 큰 것도 눈에 띈다. 경매정보업체 굿옥션에 따르면 11월4일부터 12월3일까지 한달간 평균 낙찰가율은 서울지역이 73%로 전국 평균76%보다 낮았다. 지난해 동기(서울 87%, 전국 84%)에 비해 서울지역의 낙폭이 훨씬 크다.

고정융 굿옥션 팀장은 “항상 서울지역의 낙찰가율이 높았던 것에 비해 최근 현상은 이례적”이라며 “서울을 중심으로 버블이 많았기 때문에 하락장세에서 낙폭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이나 강남 입성을 꿈꾸던 사람들은 가격 바닥이 언제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절반이라는데 지금이 사야 할 타이밍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장외는 관심고조, 장내는 관망 중

12월 초 한 대학 부동산학과에서 조사한 자료 따르면 지난 3개월간 가장 많이 팔린 부동산 관련서적은 바로 ‘경매’다. 그만큼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증거다.

침체된 부동산시장과 달리 경매강좌도 활기가 넘친다. 구청이나 사설교육센터 경매강좌는 주부들의 발길로 북적인다. 양천구 평생교육원에서 개설한 부동산 경매강좌는 매번 만원이다. 지난 11월 강좌에는 100명 정원을 120명으로 늘렸지만 역시 접수 하루만에 다 찼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소자본 창업반이 미달하는데 비해 경매강좌는 인기가 매우 높다”면서 “최근에는 타 강좌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문의가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저렴한 강의료도 인기에 한몫 했다. 이 강좌는 1회 두시간씩 14회에 걸쳐 진행되는데 강의료는 3만원이다. 올해 강의는 모두 마감됐으며 예산이 확보되면 2월경에 새로운 강좌를 시작할 예정이다.

장외 열기에도 이같이 뜨겁지만 정작 경매시장 분위기는 서늘하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국 평균 응찰자수는 지난 8월 건당 4.65명에서 11월 2.83명으로 크게 줄었다. 극심한 불경기에 모두들 몸을 사리는데다 부동산 가격 저점도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년과 다른 경매, 이것은 주의하라

지난 3월6일 강남구 대치동 한도미도아파트 141㎡가 1회 유찰을 거쳐 17억382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20억원) 대비 87%였다. 지난 8월28일 비슷한 매물이 경매에 또 나왔다. 비슷한 위치의 같은 면적의 아파트는 2회 유찰을 거쳐 14억53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20억원) 대비 73%다. 똑같은 물건이 불과 반년 만에 2억8520만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앞서 2006년에는 같은 면적의 비슷한 아파트가 낙찰가율 115%를 기록하며 17억778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부동산 침체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매 전문가들도 경매참여에 시세 하락에 따른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 경매 전문가는 “감정가 기준일이 경매 진행일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최저입찰가가 낮다고 해서 무턱대고 입찰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주변 시세를 꼼꼼히 파악해야 손해보지 않는 낙찰금액을 적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3회까지 유찰된 뒤 경매에 나오면 현 시세와 최초 감정일이 약 4~8개월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지금처럼 급락장에서는 감정가를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특히 자금계획을 꼼꼼히 점검할 것과 시간적 여유를 둘 것을 강조했다. 정부에서 대출 규제를 많이 완화했다고 하지만 막상 금융회사 창구를 찾으면 대출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강 팀장은 “낙찰일로부터 약 한달 보름 내에 잔금 납부를 해야 하는 경매의 절차상, 낙찰은 받았는데 자금동원이 안되면 보증금으로 냈던 10%를 떼이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면서 “응찰 전에 해당 물건에 대해 대출 가능여부, 대출 금액을 따져보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세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을 빼서 경매자금으로 사용한다거나 소유한 집을 팔아서 낙찰 받은 집으로 입주하려고 계획한다면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갖고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역전세난에 매수세 실종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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