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가락시장에서 마주친 민심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12.04 17:59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사전 예고 없이 송파구 가락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했다. 새벽 5시30분의 이른 시간이었지만 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 온 농민과 상인들로 가득 했다.

하지만 김장철 대목을 맞아 활력이 넘쳐야 할 가락시장은 을씨년스러웠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까지 번지면서 밑바닥 경제에 냉기만 흘렀기 때문이다. 우연치 않게 대통령을 마주한 상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통을 호소했다. "장사가 너무 안돼서 못 먹고 살 정도예요" "진짜 장사가 안돼요. 서민들 잘 살게 해 주세요"

상인들의 호소가 마음에 걸렸는지 이 대통령은 팔을 걷고 배추를 직접 옮기기도 했다. 한 상인이 "농약 안친 배추라 그냥 드셔도 된다"고 권유하자, 배추 속을 뜯어서 시식하고는 500포기를 즉석에서 구입했다.

배추를 싣고 올라온 농민들과는 난로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농자재 값은 인상됐는데 농산물 값은 최하"라는 하소연에 이 대통령은 "비료 값, 기름 값 다 올라 최악인데, 내년에는 좀 좋아질 것 같다"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농민들이 다 죽어 가는데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이권에나 개입하고 엉뚱한 짓을 한다"고 농협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해장국 집으로 이동하다 만난 박부자 할머니는 대통령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팔에 매달렸다. 가락시장에서 무시래기를 판다는 박 할머니는 무엇을 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아니고 마냥 눈물을 쏟아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하루 수입이 2만 원 정도고 많으면 3만 원"이라는 박 할머니에게 이 대통령은 20년 쓰던 목도리를 건넸다. 한 묶음에 5000원 한다는 시래기 4개를 사면서 "돈을 안 받겠다"는 박 할머니에게 실랑이 끝에 2만 원을 냈다. 이 대통령은 "하다하다 어려워지면 언제든지 연락 줘요. 대통령에게 연락하는 방법을 알려줄께요"라며 돌아섰다.

박 할머니의 눈물이 마음에 밟혔는지 이 대통령은 해장국 집에서도 말을 이었다. "박 할머니가 대통령이 잘 되길 바라며 기도한다는 데 눈물이 난다.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기도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기도한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해장국 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사인을 해 준 뒤 6시30분쯤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약 1시간에 걸친 가락시장 방문을 통해 이 대통령은 싸늘하게 식은 바닥경제 현실과 서민들의 힘겨운 삶을 새삼 확인했다고 한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목숨까지 던지겠다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는 결연한 자세를 다시 한 번 다졌다고 한다.

"전대미문의 위기에는 전대미문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공직자 중 어느 누구보다도 이번 위기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지만 이날 가락시장 방문을 통해 더더욱 심기일전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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