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설업계에 미래가 없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08.12.16 09:11
"사업장은 사업장대로 모두 내다 팔고, 사람까지 다 내쫓으면 건설사에 과연 미래가 있나요?"

최근 강력한 구조조정에 돌입한 건설업계를 두고 한 전문가가 내뱉은 말이다. IMF 외환위기 때와 최근의 상황이 너무나도 유사하다는 데 우려를 표한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건설업체들은 사업권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군살을 뺐다. 군살빼기도 잠깐, 2000년대 초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쏟아지면서 주택사업은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살을 너무 뺀 때문인지 건설사에는 사업장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결국 건설사들은 시행사가 확보한 땅에 시공사로 참여하는 '시행사도급사업'을 확대했다. 영업력 강화를 위해 임직원도 대거 채용했다.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시행사도급사업은 대박이 됐다. 돈을 번 시행사들은 주택전문업체로 변신했고, 대형건설사들도 주택사업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사업이 잘 되다보니 일부는 대출을 받아 자체사업용 땅을 확보했다. 땅 확보를 위한 경쟁이 차열해지다보니 땅값이 시세보다 2~3배 뛰는 건 다반사였다.


호황도 잠깐, 너도나도 주택사업에 뛰어드는 사이 공식적으로 16만가구, 업계 추산으로 25만가구에 달하는 미분양아파트가 양산돼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또다시 구조조정 한파에 휩싸였다.

결국 건설업계는 또다시 사업장을 모조리 팔아 치우고 인력을 대거 감축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외환위기때 대응방안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향후 주택시장이 회복될 경우 '사업·인력 확보→주택사업비중 확대→미분양 양산→부도 위기→구조조정'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전문가는 "이번 위기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곳에, 고가의 주택을 공급한 것이 원인"이라며 "단순히 관리비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수요가 있는 곳에 얼마나 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를 자초한 건설사들이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선 건 당연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미래를 대비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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