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농협 질책 "몇 조 벌어 사고나 쳐"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12.04 09:36

가락시장 찾아 상인·농민 격려

- 세종증권, 휴켐스 등 농협 부정비리 고강도 비판
-"농민 다 죽어가는데 간부들은 이권에나 개입"
-"농촌, 외국인근로자 공장과 달라..농민에게 관리 맡겨야"
-"가락시장, 이전보다는 재건축해 관광명소로"


이명박 대통령은 4일 "농민을 위해 일해야 할 농협이 금융 사업에서 몇 조씩 벌어 사고나 치고, 간부들도 정치하는데 왔다 갔다 하면서 이권에 개입했다"고 세종증권 인수 금품로비 등 각종 부정비리 연루사실이 드러난 농협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가락농 농수산물 종합도매시장을 찾아 상인과 농민들을 격려하면서 "농협은 벌어들인 돈을 농민을 위해 사용하고, 그런 일을 하는데 머리를 써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농민들이 다 죽어 가는데, 농협이 조금 손해를 보고서라도 농기계 임대 사업 등을 통해 금융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농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지적했다. 또 "역대 농협 회장들이 전부 엉뚱한 짓을 해서 사고 쳤다"며 "그래서는 안되고, 농민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와 자회사인 휴켐스 매각 과정에서 정대근 회장 등 농협 최고위층 주도로 수십억 원대의 금품로비가 오간데 대한 비판으로 향후 농협에 대한 고강도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농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특별 관리를 지시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수확 등 농촌 현장에서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데 경찰의 단속으로 배추 출하조차 못하고 있다"는 한 농민의 건의를 반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농촌과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똑같이 적용하면 안된다"며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관리는 농민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행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농촌에 노동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인건비 낭비가 많은 만큼 노동부, 법무부와 협의해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농촌이 이정도 까지 됐는데 이런 문제가 안 다뤄 졌다는 것은 정부가 현실과 다른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라며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가락시장 이전, 재건축 논란과 관련해서는 재건축의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은 "외부와 경쟁하려면 가락시장이 어디로 가는 것 보다는 재건축하는 게 낫다"며 "재건축을 제대로 하고 외국에 가서 보고 와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5시30분쯤 가락시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시장 곳곳을 다니면서 배추를 직접 옮겨주기도 했다. 난로 옆에서 농민, 상인들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농민들이 "농자재 값이 인상됐는데 농산물 값은 최하"라고 하소연 하자 "세계 경제가 다 어렵고 내년 상반기가 가장 어려울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도 내년 상반기가 좀 어렵고 6개월쯤 지나면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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