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에 "21억弗플랜트맡아달라"꼭집어제안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08.12.05 10:46

[세계에 우뚝선 건설코리아<3>GS건설]고부가가치 플랜트기술 해외에서 인정

지난해 초 GS건설은 이집트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21억달러 규모의 '모스토로드 플랜트'사업을 한번 맡아보지 않겠냐는 ERC(Egyptian Refining Co.)사의 제의였다.
단번에 국내외 건설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발주처가 이같은 대규모 사업을 특정 업체를 정해 제의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기 때문.

ERC사는 GS건설이 2005년 수주한 이집트 LAB 프로젝트의 시공 능력을 높이 평가해 사업을 제의했다는 후문이다. 또 GS건설이 여수 GS칼텍스 고도화 설비(HOU)를 세우면서 보여준 기술력도 이 사업을 수주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중동 각 지역 발주처들의 '입소문'도 한 몫 했다. 이는 GS건설이 각 사업지에서 믿을 만한 건설사로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동 오만에서도 GS건설은 2004년 1억8000만달러 규모의 폴리프로필렌(PP)사업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연이어 수주를 따냈다. 오만에서 맡은 프로젝트는 현재 총2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사례들은 GS건설이 해외 플랜트 건설 부문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GS 플랜트 통해 '해외건설 강자'로 급부상= GS건설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대형 건설사에 비해 해외 건설 부문에서 '늦깍이'다.

그러나 1999년 LG엔지니어링을 흡수하면서 플랜트 분야를 강화, 해외로 본격 뛰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국내에서 해외 건설, 더욱이 해외 플랜트 부문이라면 GS건설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GS건설의 올 11월 말 현재 해외 수주액은 4조7003억원으로, 이미 올 한해 해외수주 목표액(3조 70000억원)을 1조원 초과 달성했다. 올들어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이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S건설이 특히 경쟁력을 지닌 분야는 '고부가가치 플랜트'다. 기존 토목·건축 공사가 원가도 많이 들고 경쟁이 심한 반면 플랜트는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 돼야 하는 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지난해 GS건설은 플랜트에서 수주 3조7300억원, 매출 1조9900억원을 달성해 이 분야의 업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GS건설은 "경기 침체로 대다수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수한 해외 플랜트 수주 실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며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 해외플랜트에 강한 비결 = '제2의 해외건설 붐'을 주도하고 있는 GS건설의 해외 플랜트 사업. GS건설이 꾸준한 수주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정유 및 석유·화학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높은 기술력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 관계사인 GS칼텍스의 플랜트를 직접 세우며 탄탄하게 노하우를 익혔고, 이런 경험을 해외 현지화를 통해 적용한 게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플랜트 사업의 핵심인 설계·구매·시공(EPC)에다가 금융 조달, 타당성 조사, 운영 및 관리 등 플랜트 사업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통합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또한 GS건설에는 해외플랜트 분야에 뛰어난 인재들이 다수 포진했다. 2000년 초 500명에 불과했던 해외플랜트 사업본부의 인원은 현재 1200명까지 배 이상 늘어난 상태. 이중 절반은 설계 및 기술 인력으로 구성됐다.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도 현지 고급 인력 충원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사업 지역·사업 영역 다각화해 리스크↓ = 고유가로 인한 중동 오일머니 투입으로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해외 플랜트 사업. 그러나 언제나 '좋은 시절'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해외 플랜트 사업을 추진할 때 포트폴리오의 철저한 '다각화'를 추구한다.

허선행 플랜트 해외영업 부문장(전무)은 "플랜트 산업은 특성상 국가 리스크와 유가 하락 리스크 등 각종 위험 요소가 많아 한 곳으로 사업이 쏠릴 경우 불황 시 충격이 배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업 지역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GS건설은 사우디 아람코(ARAMCO)사가 발주한 5억 달러 규모의 '마니파(MANIFA)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를 수주함으로써 중동의 모든 산유국에서 사업을 따내는 기록을 세웠다.

이어 이집트, 러시아, 중국, 태국 등에 진출을 꾀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플랜트 사업을 따낸 국가에서는 건설 사업도 함께 진행해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사업 영역의 다각화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허 전무는 "GS건설은 석유 화학의 △고도화 시설(HOU) △아로마틱스(Aromatics) △알킬벤젠(LAB) 분야를 포함한 정유산업 전반에 걸쳐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고유가와 환경 규제로 인해 고도화 시설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분야에 특히 강하다"고 말했다.

◇'현지 밀착형' 해외사업 벌인다 = GS건설은 국내 업계 최초로 영업 라인을 중동 지역에 전진 배치했다. 이는 해외 사업 수행을 지원하고, 발주처와의 '스킨십'을 강화키 위한 것이다.

2005년 처음으로 두바이에 지사를 설립해 전초 기지로 삼았으며, 이어 발주처가 있는 중동의 모든 지역에 직접 나가 최전선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영업 라인의 전진 배치로 발주처와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있다"며 "플랜트는 물론 토목·건축·개발 사업 등 해외 사업을 발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은 또 플랜트 산업의 최대 투자자 가운데 하나인 메이저 정유사가 몰려 있는 미국 휴스턴과 영국 런던에 지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플랜트 사업 통해 '비전2015' 달성한다= GS건설은 올해 초 '비전 2015'를 선포하며 2008년을 글로벌 성장 원년으로 삼았다. 2015년까지 수주 24조원, 매출 18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 10'으로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플랜트 사업이 이 비전을 이루는 데 주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경영진은 현재의 실적에 만족하지 않고, 제2의 도약을 위한 계획을 세워 나갈 방침이다

우선 정유 외 가스 플랜트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또 플랜트의 기본(Basic) 설계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유수 설계·엔지니어링 업체 인수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 허명수 사업총괄 사장은 지난 5월 "국내 건설사의 플랜트 설계 기술 수준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 기본 설계 기능은 부족하다"며 "완벽한 턴키 공사 수주를 위해 해외 설계·엔지니어링 업체 인수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흥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해외개발사업과 댐·항만의 해외토목사업 등 해외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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