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車감산후 2,3차협력사 파산 공포

울산=박종진 기자 | 2008.12.03 18:23

[르포]현대차 협력업체들 내년 사업계획도 못 세워..소비시장 꽁꽁

웬만한 경기 변동에 아랑곳 하지 않던 '부자 도시' 울산에 전대미문의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감산으로 2,3차 협력업체 가운데 일부 중소기업들 사이에는 파산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조선, 석유화학 경기도 함께 악화되면서 울산의 체감경기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때보다 더 악화됐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이 세 군데가 다 어렵다 카는데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예" 울산에서 나고 자라 10년째 택시를 운전해온 최모씨(42)는 "사람들이 돈을 안 쓰기 시작했다"며 "내년이 진짜 문제"라며 걱정했다.

현대자동차가 이달 들어 아반떼와 i30를 생산하는 3공장을 제외하고 전 공장에서 잔업과 특근을 없애면서 지역내 1차 협력업체 40여 곳과 수백 개가 넘는 2, 3차 협력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울산 효문공단에서 머플러를 생산하는 S업체의 경우 공장 라인은 모두 가동하고 있지만 잔업과 특근은 지난달부터 없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내년 사업계획을 못 세워 협력업체들이 내년 생산일정을 잡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내장재를 납품하는 인근 H업체 관계자도 "물량이 없어 근로자들이 정시 퇴근하고 일부 라인은 쉬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현대차 1차 협력업체 중 처음으로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밝힌 덕양산업 관계자는 "우리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언론의 주목을 받게 돼 당혹스럽다"며 "불황이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다른 업체들도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1차 협력업체들은 "그래도 올해까지는 버틸 만 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고 자금력이 약한 2, 3차 업체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회전이 안돼 부도직전에 놓인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부품업체 A사 관계자는 "정부는 은행에 중소기업 지원해주라고 한다지만 신규 대출은 고사하고 상환 독촉만 받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당장은 2, 3차 업체가 힘들지만 내년부터는 규모가 큰 기업들에서도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조선과 석유화학 등 울산에 있는 핵심 업계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3년치 물량을 확보해놓고 있지만 최근 세계적 경기침체로 10월부터 추가 수주가 끊겼다. 석유화학업체들의 잇따른 감산으로 울산석유화학공단 입주기업들에 스팀과 전기, 물 등을 공급하는 한주의 가동률은 30%로 떨어졌다.

울산 기업들의 내년 경기전망은 '최악'이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내년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평균 '50'에 불과해 IMF 환란 직후인 1998년 '53'보다도 낮았다. 100을 밑돌면 경기전망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자동차 업종은 '43'에 그쳤다.

소비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올 들어 10% 안팎을 유지하던 현대백화점 울산점의 매출 증가율은 9월 이후 1~2%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일을 실시한 11월 매출증가도 6%에 머물렀다.

경기에 민감한 남성복 매장의 관계자는 "경기에 영향을 안받기로 소문난 울산이지만 요즘 들어 매출이 50% 정도 줄었다"며 "공장에서 봄, 여름 시즌을 대비해 원단만 확보해놓고 재고가 쌓일까봐 제품을 만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를 덜 탄다는 여성복 매장 관리자도 "지난해 세일기간과 비교해 보면 50%이상 판매가 줄었다"며 "손님들 발길도 끊겼고 그나마 10만원대 이하 저가 제품이 주로 팔린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는 "아직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소문이 나도는 만큼 자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시청 산업진흥과 관계자는 "지역 기업체와 간담회, 기업방문 등 여러 방법으로 지원방안을 찾고 있지만 전 세계적 위기라 사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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