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 디플레냐 바닥이냐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2.03 15:55

'주초 폭락후 반등이 바닥신호' vs '아직 갈 길 멀어'

미 증시 전망이 엇갈린다.

12월 첫날 7∼8% 폭락했던 다우 및 S&P500 지수가 전날 3%대 반등에 성공하면서 맞을 매를 미리 맞았다는 판단이 있는 반면 디플레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증시 상승은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오크트리 에셋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파블릭 전략가는 "경제 큰 그림은 여전히 약세 쪽"이라면서 "어지간한 악재가 시장에 반영됐다고 하지만 더 나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윈드햄 파이낸셜 서비스의 폴 멘델손 수석 투자전략가는 "극심한 변동성은 시장이 변곡점에 섰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면서 "세상이 끝장나는 게 아니라면 시장이 현재 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에서 코카콜라와 3M을 제외한 28개 종목이 상승했다. S&P500을 구성하는 24개 업종이 모두 올랐다. 3%의 주가 상승에 비추어 분에 넘치는 모습이었다.
유럽 주요종목 600개로 구성되는 다우존스 스톡스600지수는 전날 2.3% 하락에서 1.7% 상승으로 방향을 돌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자동차 빅3의 '파산은 없다(bankruptcy is not an option)'이라고 밝혔다. 포드 자동차는 의회에 90억달러의 신용한도를 요청하면서 2011년이 되면 수익을 내거나 최소한 적자를 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120억달러의 대출에 60억달러의 신용한도를 추가 요청했다.

대마불사는 기정사실이다. 이미 씨티은행을 비롯 금융권을 살렸고 산업계 불씨의 핵심인 자동차 빅3까지 회생한다면 대형 부도나 파산 우려는 잠재울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헤지펀드 청산 물량이 이달에도 출회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지난달 헤지펀드 환매사태가 일단락됐지만 환매 압력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무디스의 존 론스키 임원은 "마진콜이나 환매압력이 없다면 펀더멘털에 입각해 방어될 수 있는 주가가 아직도 상당한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7.66이다. 이는 10년간 월간 평균치인 26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댈러스 소재 브라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에서 3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마이크 알로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10년간 볼 수 없었던 낮은 밸류에이션 상태에 접어들었다"면서 "보유중인 포트폴리오 4분의 3의 PER이 10배 이하인데 주가 바닥다지기 과정을 잘 참고 견디면 엄청난 수익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주가 바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분석을 빼놓을 수 없다. 엔/파운드 환율 하락세에 비추어 보면 미증시가 하락세를 재개하는 모습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의 스티브 마일리 기술적분석가는 지난 6개월간 영국 파운드화와 일본 엔화의 환율이 미 증시 방향을 맞추는 믿을만한 지표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파운드 환율이 18년 최저치인 137.13엔까지 떨어짐에 따라 전날의 뉴욕증시 상승이 주초 대폭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해석이다.

전세계가 계속적인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는 점도 증시에 호재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사상최저치로 떨어진 미국 2년 10년 30년 국채 수익률은 2009년 상반기까지 지금보다 심한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콜금리 인하는 물론 장기 채권수익률의 목표수준까지 더 낮출 심산이다.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의 선물시장 동향에 따르면 오는 16일 공개시장회의(FOMC)에서 현 1%인 금리가 0.5%포인트 낮춰질 확률이 58%, 0.75%포인트 확률이 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 트레이더들은 0.5%포인트 인하 확률을 60%로 보고 있으며 심지어 1%포인트 인하돼 제로금리가 될 가능성마저 7.2%나 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벤 버냉키 FRB의장은 채권 매입을 통해 장기 채권 수익률을 더욱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채 수익률 급락세가 또 다른 '버블'을 만들지라도 금융권의 차입비용을 낮추고 경색된 신용시장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미 정부는 계속적인 금리 인하 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사상최저치까지 추락한 미국채 수익률이 디플레 현상을 입증하고 있다는 시장 평가와 디플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미정부의 입장이 상반되는 부분이다.

뉴욕에 있는 센티넬 에셋매니지먼트의 폴 칸델 자금담당자는 "생각보다 경기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겠지만 6개월 후라면 지금부터 공격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만일 (회복이) 18개월 뒤라면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연 내년 상반기가 경기 바닥일까 아니면 아직 경기 바닥은 먼 것일까. 전날 전미경제연구소(NBER)은 경기침체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923년 이후 14번의 경기침체기의 평균 기간은 10개월이었고 1973년과 1981년에 끝난 침체기만 16개월이었다. NBER이 지난해 12월부터 침체로 빠졌다고 했으니 벌써 12개월은 지난 셈이다.

현재의 침체가 대공황 때와 같은 43개월(1929년 8월부터 1933년 3월)에 맞먹는다면 현재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이 경우 침체가 아닌 '제2의 공황"으로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이날 코스피는 초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약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8000엔을 회복했다. 대만 증시 가권지수는 1% 넘게 하락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의 하락을 딛고 3% 가까이 상승중이다. 선전지수는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예정된 경제지표로는 ADP고용지수와 3분기 생산성 및 단위노동비용, 그리고 구매관리자 서비스 지수가 예정돼 있다. 새벽 4시(한국시간)에는 FRB 베이지북도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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