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한은, 무역금융 '공방전'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12.03 15:01

한은 금리인하 불구 정부 압박 계속..대기업 지원 여부 '이슈'

이 기사는 12월03일(12:2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수출기업 무역금융을 위한 외화유동성 지원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양 외환당국은 예상과 달리 무역금융 지원 자금 이용이 극도로 저조하자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잇따라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한은은 정부와 여론에 밀려 떠밀리 듯 무역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입장이다. 통화당국인 한은이 특정 기업군을 상대로 정책금융을 실시하는 명분도 약하거니와 지원액이 늘어날수록 '경제 방위비'인 외환보유액을 소진하기 때문이다.

재정부·한은 금리 인하 경쟁

기획재정부는 선수를 쳤다. 지원 대상을 무역금융 순증분에서 신규 취급분으로 변경했다. 11월중6억달러에 그쳤던 신청액이 이달 첫주 10억달러로 증가한 배경이다. 은행들의 신청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은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도 풀이된다.

11월중 한은에 무역금융 지원을 신청한 은행은 전혀 없었다. "지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한은은 지난 1일 '수출환어음 담보대출 제도'를 파격적으로 바꿨다.

지원 대상을 11월17일 이후 취급한 신규 매입분으로 바꾸고 수출환어음과 매입원장 사본 제출 의무도 면제했다. 특히 금리(3개월 만기)를 기존 '리보(RIBOR)+240bp'에서 '리보+220bp'로 0.20%포인트 낮췄다.

한은의 금리인하 소식을 접한 재정부는 한은보다 더 큰 폭으로 금리를 떨어뜨릴 태세다. 재정부는 무역금융 취급 실적에 따라 최대 0.40%포인트의 금리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사실상 금리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무역금융 용도 외화 신청 이전 취급 잔액보다 늘어난 은행에게 혜택을 준다. 최대 금리 인하폭을 적용하면 한은의 지원금리 리보+220bp보다 20bp가 낮다. 이렇게 되면 한은은 또 다시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한은 "왜 우리까지 나서야 하나" …재정부, 대기업도 지원 희망


한은이 무역금융 지원에 나선 것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이 무역금융에 애로가 있다고 하소연하자 정부와 여론이 동시에 압박했고 한은이 결국 100억달러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00억달러 지원 대책을 발표할 당시 한은 한 관계자도 "정부가 이미 무역금융 용도 외화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며 "100억달러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한은이 처음으로 내놓은 수출환어음 담보대출제도는 지난 IMF 외환위기 직후 만든 것과 거의 동일한 것이었다. 순증분을 기준으로 하고 각 은행별 지점이 보유하고 있는 무역어음 사본 제출 의무를 부과한 내용이 그것이다.

시중은행 외화자금 담당자는 "지난 1일 개선 이전 한은이 내놓은 무역금융 지원 대책은 지난 98년 것과 거의 동일한 것이었다"면서 "1000만달러 지원받으려고 수백개에 달하는 어음 사본을 제출하라고 한 것은 신청을 하지말라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은 무역금융 지원 대상에 대기업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놓고도 보이지 않는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서도 한은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주길 원하지만 한은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현재 중소기업 무역금융 지원 한도는 정부의 50억달러와 한은의 100억달러를 합한 150억달러다. 이중 정부의 50억달러는 이미 소진됐다. 반면 중견기업 이상(대기업 포함)에 대한 지원 한도는 정부의 60억달러 뿐으로 훨씬 적다. 중소기업에 비해 무역금융 규모가 큰 대기업을 위해 한은이 나서줘야 한다고 재정부가 주장하는 근거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무역금융 지원이라는 상품을 만들었으면 팔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할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한은의 무역금융 지원대상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역금융 지원과 같은 정책금융은 중앙은행의 본래 역할에서 벗어난다고 보는게 한은의 입장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소기업을 위한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해 결국 폐지하고자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이라면 그나마 명분이라도 있지만 대기업까지 지원대상에 넣는 것은 한은의 속성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난 98년 수출환어음 담보대출제도를 만들 당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원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제한한다는 규정에 명시했다. 대기업을 지원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이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한은 내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