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나는 메기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12.03 11:41

선물시장서 큰 손 영향력 확대

나는 '슈퍼메기'다. "당신이 '슈퍼메기'라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고.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한가지는 믿어달라. 현물시장에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에 최근 지수선물시장은 내게는 먹잇감이 도처에 널려있는 풍요로운 연못이다.

3일 증시도 내게는 월동준비를 위해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신용경색이니 경기침체 우려니 하는 말이 일반화된 마당에 현물시장의 지지부진한 거래는 지수선물시장에서 나 '수퍼메기'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부에서는 나를 두고 왕년에 선물거래로 이름을 날렸던 선경래씨나 장기철씨로 추측하기도 한다. 선씨는 자신이 머니투데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슈퍼메기'가 아님을 일단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지수선물시장에서 '목포 세발낙지'로 불리면서 시장을 좌우했던 장기철씨도 계속해서 메기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를 두고 인덱스펀드매니저 출신의 선물시장에 정통한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마치 최근 인터넷상의 경제대통령으로 추앙받는 '미네르바'처럼 지수선물을 좌지우지하다보니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어쨌든 좋다. 누가 뭐라든 간에 나는 요즘 널려있는 먹잇감을 큰 입에 쓸어담으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외국산 베스'와 한판 대결을 펼치는 나를 두고 일부에서는 '간큰 메기'라는 칭호까지 붙여줬다.

그러나 나의 활동영역을 넓혀준 것은 외국인과 기관, 다른 개인참여자 등 현물시장에서 눈치만 보는 투자자들이다.

나의 전략은 단순하다. 미국 다우지수가 전날 7.7% 급락 하룻만에 3.3% 반등세로 마쳤다. 이런 날은 장초반 코스피가 미국장의 영향을 받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라면 대략 간파하는 상황이다.

불안해진 심리를 이용해 지수선물을 초반 대량으로 매도한 뒤 나중에 거둬들여 차익을 노리는 단기 트레이딩이다.

리먼브라더스가 지난 9월 16일 파산을 선고하고, 경기침체 우려와 외환시장이 요동치면서 코스피시장은 하락추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11월 말을 기점으로 각국의 경기부양책 등이 나오면서 코스피200 현물시장을 비롯한 코스피시장은 900~1100선 사이의 박스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중순만 해도 5조원을 넘었던 거래대금은 다시 4조원대로 낮아졌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매수세를 간간이 보이기는 하지만 투자비중이 지난 8월말 35.6%에서 앞선 2일 16.1%로 3달만에 절만 이상 떨어졌다.

기관도 코스피시장에서 신용위기의 본격 점화 이전인 8월말에 24.4%의 매매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 2일에는 18.7%까지 줄였다.

선물시장도 마찬가지다. 지수선물을 쥐락펴락했던 외국인은 본국 기와집에 불이붙은 와중에 한국의 선물시장에 적극 뛰어들 형편이 못된다. 지난 8월 24.2%였던 매매비중이 최근 19.9%까지 내렸다. 이런 상황이면 나같은 '메기'가 두둑한 실탄으로 지수선물시장을 요리하면서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3일 코스피시장은 나의 의도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오전 11시15분까지 선물 순매도 규모를 6580계약까지 늘리면서 오후장에 반전을 노리고 있다. 대규모 매도 공세를 펼치면서 시장 베이시스는 장중 한때 -0.45까지 낮아졌다. 지속적인 매도 공세를 펼치면서 지수선물이 현물에 비해 저평가되는 백워데이션을 유발한 것이다.


선물의 매도물량이 지나치게 많아져 현시점에서 선물가격이 현물지수보다 저평가되다보니, 기관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싼 선물을 사고 현물주식을 파는 프로그램 매도에 휘청대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는 오전 11시15분 3700억원의 순매도를 보이며 코스피시장의 상승세에 발목을 잡고 있다.

어차피 나의 전략은 오늘 사거나 판 지수선물은 내일로 가져가지 않는 데이트레이딩이다. 나중에 오전에 팔았던 선물을 거둬들이면서 지수선물을 높이면서 그만큼 차액을 챙기면 충분하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날도 '슈퍼메기'가 장을 뒤흔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가 나타났다는 증거로는 소수 계좌에서 초반 매도세가 집중적으로 나오고, 추정 물량이 적어도 2000계약은 넘는다는 점, 장 시작 1시간만에 5000계약 이상의 순매도 물량이 쏟아진 점 등을 들었다.

원 연구원은 "공격적이라고 하는 외국인들도 이처럼 과감한 주문을 내지 않는다"며 "외국인의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 개인 큰손이 지수선물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것으로 관망된다"고 진단했다.

원 연구원은 "호가창을 보면 한 계좌에서 50계약 이상의 대규모 물량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개인들이 한 계좌를 통해 이처럼 대규모 물량을 내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오늘도 메기가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50계약이면 계약당 50만원이니까 현재 지수선물이 134인 점을 감안하면 6700만원(134X50만원) 가량이다. 50계약씩 10번만 지속적으로 매도주문을 내면 6억7000만원을 순식간에 쏟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물량은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위축된 시장에 단기적인 영향을 충분히 미칠 수 있다는 게 원 연구원의 시각이다.

하지만 나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전문가도 있다. 최근 개인들의 매매심리가 한방향으로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일 뿐, 나같은 '슈퍼메기'가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면서 선물이 오를 것 같으면 팔고, 내리면 사들이면서 단기차익을 노리는 개인들 심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며 "하루에 50만계약 이상 거래가 되는 선물시장에 큰 손이 방향성을 결정할 여지는 적어보인다"고 관측했다.

나같은 메기가 기승을 부리는 현 상황이 조정장의 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에도 제주도 방언(매기)으로 끝물이라는 뜻의 '메기'가 출현하면 증시의 추세가 멈추는 시기였다는 주장이다.

정인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선물시장에서 수급상 나타난 중요한 특징은 주식 대비 선물 거래대금이 단기 추세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라며 "최근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주식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선물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상승 반전한 상황은 역사적으로 단기 고점이 확인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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