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의 미네르바 '둥신' 화제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 2008.12.03 13:48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가 있다면,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는 '둥신'이 있다?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는 네티즌 '둥글게'가 '인간지표', '주식의 신'으로 불리고 있다. '둥신'이라는 별명 역시 그의 필명인 '둥글게'와 '신(神)'을 합친 것이다. 그의 '예언' 한마디에 주식시장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그의 예측대로 주식시장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와 정반대로 주식시장이 움직인다는 것. 둥글게가 매수 의사를 밝히는 종목마다 족족 하락을 면치 못하고, 둥글게가 매도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급반등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는 '금강이아빠'에 따르면 둥글게가 주식갤러리에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해 7월. 둥글게가 처음 주식갤러리에 등장했을 때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평범한 고등학생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둥글게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난해 7월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코스피 지수는 둥글게가 주식갤러리에 등장하자마자 폭락을 거듭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8월 17일 종가기준 1638.07까지 떨어진다.

피해를 입은 둥글게는 이날 이후 당분간 주식갤러리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가 활동을 중지하자마자 놀랍게도 코스피 지수는 반등을 계속해 다시 2000선을 뚫었다.

반등세가 계속되자 다시 활동을 시작한 둥글게는 지난해 말 코스피 지수가 3000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말과는 정반대로 코스피 지수는 폭락을 계속했고, 순식간에 1500선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3월 둥글게는 "고3이 돼 당분간 주식갤러리 활동을 줄이겠다"는 글을 남겼고, 이후 코스피 지수는 드라마틱하게 1900선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단순히 코스피 지수와 어긋난 행보를 보였다면 둥글게는 수많은 '투자 실패자'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둥글게의 인기가 폭발한 것은 그의 예언이 특정 종목에도 적중했기 때문.


지난해 11월 초 둥글게는 STX가 좋아 보인다는 글을 남겼다. 11월 6일 STX의 주가는 종가기준 14만3782원. 둥글게가 STX에 대한 관심을 보인 직후, STX는 연일 악재를 맞이했다. 핵심기술 유출사건으로 임원들이 구속되는 일까지 터졌다. 같은 달 말 7만원대까지 떨어질 정도였다.

올해 1월 7일 둥글게가 LG전자를 매수하고 이틀 뒤, LG전자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터졌다. LG전자의 주가는 10일만에 10만 5500원(7일)에서 8만 7700원(17일)으로 하락했다. 둥글게는 이때 LG전자를 매도하겠다는 글을 남겼고, 이후 LG전자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5월에는 16만원선을 넘길 정도였다.

그의 적중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주식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여러 명의 '재야 고수'를 나락으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긔'라는 필명을 사용하던 한 네티즌은 단타로 큰 수익을 내 주식갤러리 네티즌 사이에서 '단타의 귀재'로 불렸지만, 둥글게가 그의 투자방식을 좇겠다고 밝힌 이후 그의 수익률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올해 여름 한 증권사 주최 실전투자대회에 참가해 수익률 1위를 기록하던 '구나미'라는 필명을 쓰던 네티즌 역시 둥글게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둥글게가 그의 투자방향을 따라가겠다고 선언한 다음날 하루만에 8000만원의 손실을 본 것. 수익률 대회 순위 역시 단 며칠 만에 1위에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둥글게가 '찍는' 족족 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가 주장하는 바와 반대로 투자하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그는 '둥신'이 됐고, 그의 말은 '신탁'이 됐다.

주식갤러리 네티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는 사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수능 시험을 마친 둥글게가 다시 본격적으로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코스피 지수가 한차례 더 폭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미네르바의 예측이 여러 차례 맞아떨어지면서 그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둥신'의 예언이 얼마나 '정확할' 지도 네티즌 사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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