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이엠에프 때보다 훨씬 더하지예. 현대차 안되면 중소기업들 전부 다 안되고 그라머 자영업자들까지 다 타격 아잉교. 울산이 소득 4만불 어쩌고 하는건 안 맞는 얘깁니더"
현대차에서 25년을 근무하다 98년 IMF구제금융 사태 직후 회사를 떠났다는 개인택시 운전사 이모씨(61)는 2일 최근 울산의 분위기를 전하며 고개를 저었다. "택시도 손님 많이 줄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오후 노조의 요청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 침체에 대한 경영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는 당초 예상보다 길어져 중간에 한 차례 정회를 거치고 시작한지 3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그만큼 회사가 설명할 부분이 많은 것, 즉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다.
중간 휴식 시간에 노사가 삼삼오오 뒤섞여 "답답하네", "답이 안 나온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현대차 사측은 설명회에서 노조에게 해외공장도 모두 감산에 돌입했음을 강조했다. 이번 위기가 IMF 구제금융 때와는 달리 전 세계적 불황인 만큼 국내 공장의 본격 감산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오후 5시가 넘어가고 노을이 어둠으로 바뀔 무렵 울산공장 명촌문과 제4공장 문 등에는 공장을 나서는 근로자들이 탄 승용차와 자전거, 오토바이가 길게 늘어섰다. 이른 퇴근이다. 이달 들어 잔업이 없어진 2, 4, 5공장 근로자들 9000여명이 평소보다 2시간 앞서 일찌감치 업무를 마감한 탓이다.
2공장에 근무한다는 자전거를 탄 한 근로자는 "근무대신 교육받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산타페와 베라크루즈를 만드는 2공장은 주야간 모두 4시간씩 생산라인 근무를 사원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다.
두 아이를 둔 가장이라는 40대 근로자는 "잔업과 특근이 다 없어져 당장 이번 달부터 손에 쥐는 월급이 80만원 넘게 줄어드는데 아이들 학원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변상인들도 걱정이다. 울산 북구 명촌동에 있는 한 고깃집 주인은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이번 불황이 길어질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인근을 지나던 현대차 관리직 사원도 "문제는 내년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울산의 겨울밤은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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