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IMF 때보다 더하지예"

울산=박종진 기자 | 2008.12.02 19:01

[르포]12월 본격 감산시작...실질임금 줄고 고용불안 엄습

포근한 겨울날씨였지만 울산의 겨울 공기는 싸늘했다.

"지금이 아이엠에프 때보다 훨씬 더하지예. 현대차 안되면 중소기업들 전부 다 안되고 그라머 자영업자들까지 다 타격 아잉교. 울산이 소득 4만불 어쩌고 하는건 안 맞는 얘깁니더"

현대차에서 25년을 근무하다 98년 IMF구제금융 사태 직후 회사를 떠났다는 개인택시 운전사 이모씨(61)는 2일 최근 울산의 분위기를 전하며 고개를 저었다. "택시도 손님 많이 줄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2일 오후 울산공장에서 열린 경영설명회가 잠시 정회되자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오후 노조의 요청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 침체에 대한 경영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는 당초 예상보다 길어져 중간에 한 차례 정회를 거치고 시작한지 3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그만큼 회사가 설명할 부분이 많은 것, 즉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다.

중간 휴식 시간에 노사가 삼삼오오 뒤섞여 "답답하네", "답이 안 나온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현대차 사측은 설명회에서 노조에게 해외공장도 모두 감산에 돌입했음을 강조했다. 이번 위기가 IMF 구제금융 때와는 달리 전 세계적 불황인 만큼 국내 공장의 본격 감산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오후 5시가 넘어가고 노을이 어둠으로 바뀔 무렵 울산공장 명촌문과 제4공장 문 등에는 공장을 나서는 근로자들이 탄 승용차와 자전거, 오토바이가 길게 늘어섰다. 이른 퇴근이다. 이달 들어 잔업이 없어진 2, 4, 5공장 근로자들 9000여명이 평소보다 2시간 앞서 일찌감치 업무를 마감한 탓이다.
↑2일 오후 5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잔업 없이 퇴근하는 직원들을 태우고 갈 버스가 이동하고 있다.

2공장에 근무한다는 자전거를 탄 한 근로자는 "근무대신 교육받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산타페와 베라크루즈를 만드는 2공장은 주야간 모두 4시간씩 생산라인 근무를 사원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다.

두 아이를 둔 가장이라는 40대 근로자는 "잔업과 특근이 다 없어져 당장 이번 달부터 손에 쥐는 월급이 80만원 넘게 줄어드는데 아이들 학원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변상인들도 걱정이다. 울산 북구 명촌동에 있는 한 고깃집 주인은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이번 불황이 길어질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인근을 지나던 현대차 관리직 사원도 "문제는 내년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울산의 겨울밤은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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