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ㆍ사학연금 SRI 늘린다"

이경숙,황국상,장웅조 기자 | 2008.12.03 08:57

[세계인권선언 60주년 SRI국제회의]<종합-2>발제와 토론

미국에서 온 사회책임투자(SRI)의 구루는 "금융과 상거래의 폭주하는 질주를 기민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투자자들뿐"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연금기금에서 온 윤리위원은 "(기업이나 투자자가) 아무런 구속 없이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 아시아증시 동반폭락으로 시장에 공포가 짙게 감돌던 2일.

서울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는 투자자와 학자, 시민활동가들이 모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투자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나눴다. "다른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존중하니 투자수익도 따라오더라"는 경험도 오갔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으로 열린 '인권과 사회책임투자 국제회의'에서 도미니 사회투자'의 에이미 도미니 회장은 주주들의 단기적 이익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현상을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로 지적했다. 그는 1990년 도미니사회400지수를 만들어 SRI 확산에 기여한 이후 'SRI의 구루'라 불리고 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자본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뮤추얼 펀드가 기업 주식을 보유하는 평균 기간은 6개월에 가깝다"며 "금융자본이 기업들로 하여금 단기적 이익에만 골몰하게 만든 결과, 그들이 납 중독이나 노예노동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인권을 무시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도미니는 "SRI란 인간 존엄성이나 환경 같이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고려해 주식을 선택하거나 주주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이런 식(SRI)으로 돈을 벌 수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S&P400 지수의 성과를 1년 간, 초기성립시엔 두번이나 훨씬 능가했다"고 소개했다.

장기 누적수익률은 더욱 좋다. 1990년 만들어진 도미니사회400(DS400)는 올해까지 18년 동안 S&P400보다 높은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대형 투자자들은 인권, 환경 등 비재무적 요소를 투자대상 평가에 반영하는 한편, 직접적으로 파괴적 기업행위에 대한 제동장치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안드레아스 폴레스달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윤리위원은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연기금 투자대상 기업이 심각한 인권위반이나 부패, 환경파괴에 연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윤리위원회를 설치했다"고 소개했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3320억달러(483조원) 자산을 보유한 세계 2위의 국부연금펀드다.


그는 "환경·사회·기업경영(ESG) 이슈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경영과 투자방식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기 국민연금공단 운용전략실장은 국민연금이 내년 중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에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내부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견해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책임투자원칙은 가입기관에 재무적 측면 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 기업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홍 실장은 "이달 중으로 내부보고를 거치고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빠르면 내년 중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국민연금은 SRI에 총 1500억원을 올해 안에 추가 투자할 예정"이라며 "현재 3곳의 운용사를 추가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06년 11월부터 SRI를 시작해 2008년 10월말 기준으로 6개 자산운용사에 50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윤규 사학연금관리공단 자금운용단장은 "향후 SRI펀드의 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이미지 제고, 경쟁력 확보, 경영리스크 축소 등 기업가치가 장기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익성·안정성·공공성이라는 국민연금 3대 운용원칙에 비춰볼 때 국민연금기금 투자활동에 있어 환경·빈곤퇴치 등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은 공공성 개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NHCA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인권 개념이 철학적·규범적·법적 성격을 강하게 포함하고 있어서 금융투자자 입장에서 SRI 이론에 포함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며 "인식의 확산을 실질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도록 실용적 측면에서 좀더 가치창조적인 접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창국 SK텔레콤 사회공헌팀장은 "기업인권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대표적 인식은 '인권=노동'이었다"며 "노동권 보호문제가 시급한 현안이었던 상황이었기에 인권 영역이 확대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한편, 머니투데이ㆍ국가인권위ㆍ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공동주최한 2008SRI국제회의에는 200여 명의 정부·국제기관, 자산운용업계,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국제회의는 국민연금공단ㆍ골든브릿지금융그룹ㆍKoSIFㆍ에코프론티어가 공동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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