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공포와 통화정책 그리고 환율

더벨 홍승모 신한은행 외환전략가  | 2008.12.02 11:34

[Market Insight]

편집자주 | 시장은 정글과 같습니다. 수없이 밀려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혜가 없으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피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금융시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의 통찰력과 함께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는 12월01일(14:2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리먼 사태가 발생한지 2달 반 여가 지났다. 필자도 최초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하더라도, 불확실성의 감소 및 미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앞당길 수도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다소 안이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리먼 사태의 여파는 실로 엄청난 결과를 세계 경제에 몰고 왔고, 특히 서브프라임에 국한된 부실 문제에서 전 방위적인 신용경색 사태로 확산되면서 디레버리지의 공포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엄습하였다. 이러한 사실들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점이다.

하지만 작년 8월 서브프라임 문제가 확산된 이후 불과 금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신용경색 문제 및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주요 화두였고, 위험자산에서 이탈한 과잉 유동성이 원유시장에 몰리면서 국제유가가 한때 147달러까지 급등하는 등 디레버리지 문제와는 좀 동떨어진 상태를 유지했었다.

이후 불과 몇 달 사이 국제 유가는 5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1/3 토막이 났고, 세계 증시도 급락세를 이어갔다. 세계 모든 금융시장에서 디레버리지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극심한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고 이는 다시 2차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불과 두어 달 사이에 그 많던 글로벌 유동성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원천적인 유동성의 공급 주체는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일 것이다. 그리고 중앙은행으로부터 1차 공급된 유동성은 은행을 거치면서 소위 신용창조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레버리지 되면서 시중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다.

물론 중앙은행은 금리 및 공개시장 정책 등으로 시중의 유동성을 관리하는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게 된다. 문제는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이다.

국제적인 유동성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면 이는 다시 말해 Global banking System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들 Global banking System의 마비현상에 따른 디레버리지 과정을 금융기관의 신뢰 상실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금융기관의 신뢰는 어디로부터 파생되는 것일까?

그는 한마디로 자본, 즉 Capital이다. 그러면 여기서 리먼사태 이후 급격한 디레버리지의 과정을 간단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리먼 이후 주요 IB의 붕괴는 1차적인 디레버리지 사태를 몰고 왔다. IB의 숫자는 많지 않지만 BIS 비율에 의해서 엄격하게 통제되는 CB(상업은행)에 비해서 자본금 대비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이런 IB가 몰락했으니 그만큼 유동성은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 급감으로 이어진 원인은 다른데 있다. IB의 빈자리를 대신해야 할 CB가 서브프라임 부실 및 리먼사태로 인한 파생상품 및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부실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스스로의 Capital까지 잠식하면서 IB의 빈자리를 대신하기는커녕, 자신들이 제공하고 있던 유동성 마저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최초 미 구제금융 법안은 부실자산 매입에 있었지만 영국 브라운 총리 주도로 금융기관에 신용보강을 하거나 직접 자본금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이러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CB의 유동성 창출 능력을 살려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고 결국 지금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주체는 엄밀히 말하면 각국 중앙은행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앙은행의 한계는 금융기관이 살아나지 않는 한 디레버리지를 막을만한 레버리지 창출 기능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특히 달러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된 우리나라 외화자금시장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원화 유동성은 우리 스스로의 통화신용정책으로 조절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원화가 국제화 되지 못한 상황에서, 또 우리에게 달러를 운용해야 할 유수 금융기관들의 Capital 상태가 국내 금융기관 보다 심각한 현 상태에서 정부의 신용보강만으로 달러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결국 상호 유동성을 창출 및 교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체인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을 통해서 원화 유동성으로 달러 유동성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고 체결 금액에 해당하는 원화가 국제화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기관의 자본력이 살아나기 전까지는 가장 중요한 외화유동성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디레버리지의 공포에 이어서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및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등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잉 유동성이 글로벌 버블을 창출했고 버블이 꺼지는 과정에 대한 해결책이 다시 버블 생산이라는 아이러니를 넘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경고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과감한 구조조정, 경제의 내실 다지기라는 의견도 많을 것이다.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고 재활훈련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건강을 되찾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물론 필자도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환부가 특정 부위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며 재활훈련을 도와줄 가족이나 친구가 있을 때 이야기이다. 몸 전체의 기력이 쇠진해가고 있고, 친구 가족들 마저 모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수술과 재활 그리고 적극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심지어 수술할 의사마저 같은 병을 앓고 있을 지도 모른다. IMF 시절을 병으로 치고 1기 암이라 한다면, 현재의 질병은 고혈압, 심근경색 등의 병에 가까운 상태이다. 그 당시 특정부위의 병세는 훨씬 더 심각했지만 몸 전체의 기력이 쇠진하지도 세계 대다수의 국가들이 같은 병을 앓고 있지도 않았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극복을 위해 IMF 시절처럼 금리인상 및 구조조정 등 과감한 메스를 통한 처방이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각 중앙은행들이 CB들의 신용창조기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서 Global Baking System이 회복될 때 까지는 현재의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CB의 신용창조 기능이 살아나는 때 디레버리지와 디플레이션의 공포는 사라질 것이고 그 이후에는 다들 예상하는 바와 같이 반대로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할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험대에 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때 혹은 그 이전이라도 디레버리지를 극복하기 위해서 각국 정부 재정지출과 중앙은행들이 제공한 상대적인 유동성 규모가 각국 통화가치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장기적인 달러가치 급락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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