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소매업체, '블루 크리스마스' 악몽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8.12.02 11:11
미국의 소매업체들이 '블루 크리스마스'(Blue Christmas)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소매업체들이 한 해 매출액의 25~40%를 올리는 연중 대목인 '크리스마스 세일시즌'이 썩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우선 세일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첫 날 '블랙 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 매출실적은 무난했다. 전미소매업체(NFR)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연휴중 쇼핑객의 평균 소비규모는 지난해 347.55달러에서 372.57달러로 7.2% 증가했다.

그러나 예년보다 할인폭이 컸던 탓에 소매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전망이다. 할인률에 이끌려 연휴 기간동안 구매의사가 있는 소비자들중 39.3%가 쇼핑을 마쳐, 지난해 36.4%보다 늘었다. 그만큼 남은 기간동안 판매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할인경쟁'으로 뒤로 밑져…온라인도 타격입을듯

당장 '사이버 먼데이'부터 우울하다. 주말에 오프라인 쇼핑을 마치고 월요일에 출근하면 온라인 쇼핑몰에 몰린다는 뜻에서 생긴 단어인데, 추수감사절 직후 사이버먼데이 매출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날 관련주들이 하락했다. 이베이(e-Bay)는 4.8%, 아마존이 2.2%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추수감사절 직후 '사이버 먼데이'에는 추가 할인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온라인 쇼핑몰의 접속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번엔 예외다. 애널리스트들은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의 제 살 깎기식 할인경쟁의 후유증으로 경쟁사인 온라인 쇼핑몰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솔레일미디어 메트릭스의 로라 마틴 애널리스트는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의 과대한 할인으로 고객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찾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이날 주가하락의 이유"라고 말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11, 12월 연말 세일시즌 인터넷 판매가 전년 대비 12% 증가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조사기관 컴스코어는 연말 인터넷 판매가 290억달러로 지난해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관의 작년 조사에서는 매출액이 19% 늘었다.


◇실업률·카드위기…12월이 문제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실업률 상승과 금융위기 영향으로 신용카드사들이 고객의 신용한도를 낮추게 되면서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NRF도 '블랙 프라이데이'의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연말 세일시즌 전체 매출액은 2.2%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브랜머레이캐럿의 에릭 베더 애널리스트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언론의 기대감을 반영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소매판매가 견조한지 확인하려면 좀더 가격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향후 2주간의 판매동향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게스, J크루 등 의류업체의 매출액은 오히려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년보다 세일기간이 줄어든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추수감사절은 11월22일이어서 크리스마스까지 5주의 시간이 있었지만 올해는 4주밖에 되지 않는다.

금세 열기가 식어버린 세일시즌의 영향은 소매업체들의 단기 실적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2위 가전유통업체 서킷시티의 파산보호 신청에 이어 리넨앤싱즈, 스티브앤베리 등 소매업체들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

페이든&리걸의 톰 히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한 할인판매로 파산하는 소매업체들이 늘어나고 대규모 감원과 실직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한다.

그는 "수많은 소매업체들이 사라지고 더 많은 실직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실업률이 증가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내년 소비는 더 침체되는 악순환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