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위의 '너무 빠른' 해명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08.12.01 17:57
"금융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설치를 검토한 바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지난 달 30일 금융위가 내놓은 보도해명자료다. 하지만 하루 뒤인 1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간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설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관 명의로 내놓은 보도해명자료를 기관장이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셈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은 위원장의 의중을 직원들이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성급하게 보도해명을 했거나 기업구조조정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다. 바꿔 말하면 위·아래의 생각이 달랐거나 어느 한 쪽이 성급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금융위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에 5조원 이상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한은은 최대 5조원까지 금융회사의 채안펀드 출자금액의 50%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달 26일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금융위는 은행에 대한 선제적 자본확충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불과 이틀 후 청와대는 한국은행을 통해 은행의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확인해 금융위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금융위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내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정부 내에서 금융정책의 주도권도 확실하게 세우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급한' 해명은 '성급한' 보도 못지 않게 당국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사실 금융위의 해명자료는 효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금융위 내부에서 '말한 이가 해명자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전 위원장은 항상 금융회사의 기본 덕목으로 '신뢰'를 꼽는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위 스스로가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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