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2000억불 '낑낑' 방어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박상주 기자 | 2008.12.03 06:00

국민연금 달러 조기환수 등 효과…환율 영향 주목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이하 보유액) 2000억 달러 선을 '힘겹게' 방어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달 현재 2005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중 감소폭은 117억4000만 달러로 10월의 274억2000만달러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3일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 선을 지키는 것 자체는 그렇게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며 "한국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해 후진국이나 과도 채무국 잣대를 적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외형상 의연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속을 들여야 보면 2000억 달러 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결정적인 협조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까스로 지켜낸 마지노선= 외환보유액은 최근 추세상 11월말 2000억달러 붕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예상이었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11월중 공급한 외화유동성 규모는 142억 달러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10월말 2122억5000만달러에서 1980억 달러 가량으로 줄게 된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도움을 줬다. 11월중 각국 통화가치가 10월에 비해 안정세를 보이면서 운용수익 측면에서 미 달러화 환산손실이 예상보다 줄었다.

그렇더라도 지난달 28일 한은이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를 조기 해지해 11억 달러를 돌려받지 않았다면 11월중 보유액은 1994억 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뻔했다.

한은은 "경상수지의 경우 10월 사상 최대 규모인 49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11월에도 1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며 "보유액 감소세가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억달러 선 의미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설사 '심리적 마지노선'이 붕괴된다 해도 당장 외환시장에 큰 파괴력을 발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외환보유액 감소가 주로 은행의 단기외채 상환에 쓰였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은 이와 관련 "모니터링 결과 올 11월중 외채는 은행의 단기 외화차입금 상환 등에 따라 유동외채를 중심으로 120억 달러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0월중 감소 추정분 230억 달러를 합하면 두달새 350억달러 가량의 유동외채를 갚았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외환보유액 감소보다는 그것이 어디에 쓰였느냐가 중요하다"며 "은행의 단기 차입금 문제가 시장의 핵심 문제 중 하나인데, 이것이 추세적으로 줄어들면 외화유동성 위기의 '아킬레스건'이 해소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2000억 달러 선이 붕괴되고, 조기에 이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자칫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보유액과 환율= 대외 지불능력을 보여주는 외환보유액은 글로벌 금융·실물위기를 맞아 해당 국가의 위기대응 능력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차입이 막히고, 대규모 외채를 갚아야 하는 위기상황에 몰렸을 때 이를 감당하는 능력을 뜻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급감은 해당 국가의 위기대처 능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당 국가의 국제신인도 하락 등을 우려해 '이탈(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보유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다. 11월중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인 49억1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환율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8년반 만에 순채권국에서 순채무국으로 전환하는 악재에도 둔감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급등으로 긴급한 달러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이제 3개월 가량 지나면서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어느 정도 이에 적응하고 있다" 며 "최근 달러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외환시장의 수요 압박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며 적자기조 지속에 대한 우려를 깼다"며 "환율에 대한 상승 압박은 당분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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