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나라에'물 올린'기술…블루골드사업 절대강자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 2008.12.02 10:52

[세계에 우뚝 선 건설코리아<2>코오롱건설]

↑코오롱건설이 차관기금으로 건설한 태국 라차부리 수처리시설 전경


'리비아, 요르단,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캄보디아'

이들 나라에는 세가지 공통점이 있다. 석유 등 어마어마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물(水)을 필요로 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나머지 공통점은 이들 나라에 물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이 코오롱건설이라는 것이다.

국내 물사업 선두주자인 코오롱건설이 해외 '블루골드'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석유가 '블랙골드'라면 물은 '블루골드'로 비유된다. 세계적으로 물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느는 반면 곳곳에 개발이 이뤄지면서 물은 점차 줄어들고 오염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실 수 있거나 공장에 쓸수 있는 물을 생산하고 이를 관리해 주는 수처리 시설의 수요가 신흥국가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코오롱건설의 미래전략은 바로 블랙골드의 나라에서 블루골드의 강자로 우뚝 서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오롱그룹은 물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의 비전으로 정해 세계 10대 물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그룹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첨병의 역할을 코오롱건설이 맡았다.

코오롱건설은 다른 국내 건설사와 해외건설 수주 규모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블루골드' 강자로서 '물 오른'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드림아일랜드' 복합단지 조감도


◇이웅렬 회장의 '물 사랑'이 일궈 낸 아제르바이잔 '워터 프로젝트'

지난 5월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바꿀 역사적 일을 해냈다. 이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을 이끌고 직접 아제르바이잔으로 날아가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5조~7조 원 규모의 수처리사업에 참여키로 합의한 것.

이 같은 확약을 받아내기까지 이 회장은 1년여전 부터 공을 들였다. 이 회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이전에 한국 기업인을 만난 적이 없었고 우리도 처음엔 문전박대를 당했다"며 "하지만 건설 보다는 물을 필요로 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접근하자 이를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황량한 나라를 푸른 나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속내를 정확히 간파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오롱은 아제르바이잔의 수처리 사업을 모두 맡는 성과를 이뤄 냈을 뿐만 아니라 3조원 규모의 '드림 아일랜드' 부동산 개발사업도 현지 업체들과 합작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드림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수도 바쿠 외곽 300ha 규모의 부지에 대통령 영빈관을 비롯해 골프장과 쇼핑몰, 컨벤션센터, 호텔, 아파트 등 대규모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아제르바이잔의 부동산 개발사업과 '워터 프로젝트'의 주도적 역할은 코오롱건설이 맡고 있으며 내년 중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가시화된다.

↑↑코오롱건설이 차관기금으로 건설한 태국 라차부리 수처리시설 내부 모습


◇코오롱건설, 그룹 물사업 주도한다

이 회장의 '물사랑'은 2000년대 들어 코오롱건설의 변화로 연결된다. 코오롱건설은 지난 2000년 국내 수처리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던 코오롱엔지니어링과 합병했다.

2006년에는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 국내1위 민간수처리 운영업체를 자회사로 보유하게 됐다. 이 공사는 국가산업단지 폐수처리장 7곳과 전국 43개 지역의 436개 하수 및 폐수처리장을 관리하고 있다. 시공과 운영의 통합모델 개발과 제안사업에서 우위를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시설관리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하는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오롱건설은 지난해 국내 지자체와 기업들의 수처리 및 환경 관련 설비 분야에서 1958억원을 수주한데 이어 올해는 2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동종 업계에서 상위권이다.

해외시장 문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80년대 초 중동 붐의 막차를 탔다가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건설은 수익성이 불투명한 일반 단순도급 방식의 공사 대신 안정성이 확보된 경제개발협력기금(BDCF) 발주 공사에 집중했다. 베트남 하노이, 티엔탄의 상수도공사와 스리랑카 골 상수도 설비 사업이 대표적이다.

↑코오롱건설이 국내 주정업체와 합작으로 건설한 캄보디아 바이오에탄올공장


◇수처리 '니치마켓' 공략 적중..2010년 해외수주 10억달러 '비상'

코오롱건설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것은 그룹이 물사업에 집중한 올해부터다. 해외 진출의 선결과제는 인력 확보였다. 우선 조직의 진용을 짜는 게 급선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영업 1개팀 7명에 불과했던 코오롱건설은 올해 초 해외부문 조직을 대폭 확대했다. 사업부로 승격시키고 4개팀으로 확대 개편해 임원 4명 등 담당 임직원수를 25명으로 늘렸다. 수백명이나 되는 다른 대형 건설사에 비하면 아직 수적으로는 열세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은 '일당백'의 몫을 하는 베테랑이다. 코오롱건설은 리비아에서 십수년 넘게 활동했던 동아건설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블루칩'으로 재부상하고 있는 리바아,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는 물론 중동까지 염두해 둔 것이다.

이같은 조직 확대의 결실은 요르단과 리비아의 하수처리장 수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요르단 암만의 하수처리장을 4600만달러에 수주한데 이어 11월에는 리비아 트리폴리 하수처리장을 8600만달러에 따냈다.

특히 리비아에서 수주는 경협기금이 아닌 코오롱의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 의미가 크다. 코오롱건설이 설계부터 자재조달, 시공, 설치 등 전반을 책임지고 자회사인 코오롱환경서비스와 환경시설관리공사가 운영 및 관리를 맡는다. 여기에 ㈜코오롱과 코오롱생명과학은 제품, 코오롱베니트가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그룹의 '원스톱 토털서비스'체제가 가동된 것이다.

코오롱건설 이철승 해외본부장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마시고 쓸수 있는 물을 만드는 해수담수화 설비 투자에 많은 돈을 쏟아붓지만 정작 하수처리에는 소홀해 환경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며 "코오롱은 이같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한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코오롱건설은 이같은 성과를 일회성 수주로 끝내지 않고 추가 수주는 물론 토목과 건축 공사로 확대하기 위해 현지 거점을 확보하기로 했다. 우선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내년 초 지사를 설립하고 오는 2010년까지 CIS(독립국가연합), 동남아, 중남미 등 3개지역에 추가로 지역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내년 해외 수주 목표액은 5억달러, 2010년에는 10억달러로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코오롱건설 매출액의 해외 사업 비중은 15~2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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