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수록 장기적 관점 SRI 필요"

정리=이경숙 기자 | 2008.12.02 16:05

[세계인권선언 60주년 SRI국제회의]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개회사

인간적인 자본사회를 만들기 위한 2008SRI국제회의가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해 '인권과 사회책임투자'라는 주제로 서울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머니투데이ㆍ국가인권위ㆍ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공동주최한 이 국제회의에는 200여 명의 정부·국제기관, 자산운용업계,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국제회의는 국민연금공단ㆍ골든브릿지금융그룹ㆍKoSIFㆍ에코프론티어가 공동후원했다.

다음은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개회사 전문
↑안경환 국가인권위 위원장 ⓒ홍봉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와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그리고 머니투데이가 오늘 '인권과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국제회의'를 공동개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멀리 해외에서 오신 에이미 도미니 도미니사회투자 회장님과 안드레아스 폴레스달 노르웨이연기금 윤리위원회 위원님, 발제 및 토론에 참여해 주신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님과 토론자 여러분, 그리고 바쁘신 가운데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기업관계자 여러분, 관련 연구자 및 시민사회단체 지도자 등 내빈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면서, 오늘 행사의 의미를 여러분과 함께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인류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참혹한 인권침해를 목도하였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 전쟁과 같은 대규모 인권침해를 제도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보다 많이 기울이게 됐습니다. 먼저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국제연맹과 국제노동기구(ILO)가 설립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인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1945년 유엔이 창설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엔은 1948년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자유와 평화의 염원을 담아 '세계인권선언'을 만들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이후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협약과 시민적 정치적 권리협약 등 많은 국제인권규범과 각 국가의 인권보장에 관한 헌법과 법률의 든든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유엔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 선언의 탄생 60주년을 맞이하여 이 선언을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부르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들도 이 위대한문서의 탄생을 기념하면서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은 가운데 기업 활동의 건강한 미래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전통적으로 정부가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의무를 갖는 주체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경제질서가 기업 중심의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재로 재편되고 발전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규모와 영향력이 정부를 넘어서는 단계에 도달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문제의 상당 부분이 기업에서 비롯되거나, 기업의 협조 없이는 풀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유엔도 종래 정부나 비정부기구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활동하였으나, 이제는 기업의 협력과 도움이 없이는 당면한 제반 문제들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 도달하였습니다.

이렇듯 기업과 자본의 세계화와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대응력에 대한 평가가 연기금, 사회책임투자(SRI : 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Fund) 등 대형, 장기 투자자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눈에 보이는 재무적 가치를 넘어서 친사회적 이미지, 창의적인 친환경제품, 풍부한 인적 자산, 좋은 기업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가치를 보유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효과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UN 및 OECD 소속 국가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국적기업 및 여타기업의 인권보호책임 규범초안(UN Norms)', 유엔글로벌콤팩트(Global Compact), ISO 26000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인권, 노동, 환경, 윤리(반부패) 이슈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아울러 사회적, 환경적 대응력이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 금융행위를 장려하는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FI) 등 사회책임투자(SRI :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전 세계 연기금 등 대형 투자자, 그리고 NGO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회책임투자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투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투자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독려하는 투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책임투자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서로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사회책임경영과 사회책임투자는 기업, 투자자, 노동자, 정부, NGO 등 모두에게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회책임투자의 개념은 1920년대 종교적, 윤리적 투자를 중심으로 생성되어 1980년대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환경 및 사회문제로 확대되면서 발전한 투자전략입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중시하는 지속가능책임투자라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인권가치를 고려한 투자로 심화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사회책임투자의 이름으로 운용되는 자산 규모는 5000조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경우에는 2005년 적립식 편드시장의 활성화 이후, 급격한 성장을 보이면서 2008년에는 펀드 규모 약 340조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런 펀드시장의 양적 성장 속에서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 환경, 윤리적 측면도 동시에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가 세계수준으로 볼 때에는 대단히 미약하지만 2008년 9월 현재 약 1조 4천억 정도가 운용되고 있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기관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되는 추세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과 투자자들은 아직 이러한 국제적 경향을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원자재 구입ㆍ생산ㆍ판매ㆍ마케팅 및 저개발국에 진출할 때에도 인권을 준수하고자 하는 본질적 노력은 미흡한 상황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도의 개선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 일수록 눈앞의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책임경영과 사회책임투자라는 국제적인 기업경영의 원칙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머니투데이와 공동으로 이 회의를 준비했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SRI와 CSR 이슈의 핵심부분인 ‘인권과 기업 활동’에 관한 국제적 동향과 기준, 그리고 모범사례를 검토함으로써 한국사회의 현실에 적합한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랍니다.

아무쪼록 오늘의 이 회의가 우리사회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건설적인 방향과 과제를 도출함으로써 세계적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기업 활동을 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바쁜 일정을 제쳐 놓고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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