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 '비정규직' 갈등 재점화

신수영 기자 | 2008.11.30 17:33
경제위기로 '고용 대란'이 우려되면서 비정규직법이 다시 논란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2년 이상 비정규직 고용시 정규직화'를 골자로 하는 현재의 비정규직법은 사실상 중도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정부는 내년 7월 최초 2년 시한이 다가오면서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보고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빠른 법개정을 위해 의원입법 발의가 유력시된다. 반면 노동계는 "열악한 처우의 비정규직을 고착화화려는 시도"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노·정 갈등도 전면화되고 있다.

◇정부, "고용안정이 우선"=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 의지는 확고하다. 내년 최악의 경제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보존하려면 시급하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30일 "내년 7월 예상되는 비정규직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빠른 시간 내 조치할 필요가 있다"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4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가급적 내년 초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음 주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용과 시기 등이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가 기간 연장을 서두르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은 기업이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 시행 2년이 되는 내년 7월이면 기업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정규직 전환보다는 대량해고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3월 현재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106만명으로, 이들 중 상당 수가 해고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노동부 예상이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최근 국회 답변에서 "일차적으로 비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일자리를 지키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법 개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노·정, 일촉즉발=정부의 강행 움직임에 노동계의 저항 강도도 거세다. 노동계를 양분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 주도의 기간연장에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지난 주말 한국노총은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10만명(한국노총 집계)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기간연장을 반대했다. 기간연장시 비정규직 2년의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을 위해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주된 반대 이유다.

현재의 비정규직법 제정 논의과정에서 중도 탈퇴했던 민주노총의 입장도 강경하다. 민주노총은 현재의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정부 법 개정의 명분만 주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며 참여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노동계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경영계는 차제에 아예 사용기간 설정 자체를 철폐하자는 입장이어서 합의에 의한 법 개정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비정규직 처우는 더 악화=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8월 후 비정규직은 544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만8000명이 줄었다. 임금근로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33.8%로 2003년 8월 이래 최저치였다.

이중 법 적용을 받는 기간제 근로자가 16만6000명이 감소했으나 시간제 근로자는 2만7000명 증가했다. 파견 근로자는 3만5000명 줄었다. 특히 특수고용과 일일근로 등이 감소한 반면 용역근로가 4만8000명 늘어나 기간제 근로자 일부가 처우가 더 열악한 용역 등으로 전환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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