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취임 21주년, 험로에 선 삼성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11.30 16:47

[현장+] "선장없이 항해사와 선원들만 노를 잡고 있다"

12월1일로 지난 7월 삼성의 모든 직에서 물러난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호의 키를 잡은 지 21주년이 된다.

이 회장이 지난 1987년 선대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삼성호의 선장을 맡은 후 삼성은 국내 어느 기업보다 빠른 변화와 신속한 대응으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

지난 21년간 매출은 9배 가량 늘어 150조~160조원 규모에 달하고 이익은 50배가 늘어 15조원 가량에 이른다.

거대그룹 삼성의 지난 20여년간의 성장은 거함을 이끈 '이건희'라는 선장과 그를 따르는 선원들의 합작품이었다.

하지만 취임 21주년을 맞는 올해 선장 없이 항해사와 선원들만이 방향타와 노를 잡고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는 모습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선장 없이 1등항해사와 2등항해사 등이 선원들과 힘을 모아 태풍이 몰아치는 망망대해를 건너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 경제위기를 "먼 하늘의 북극성을 보고, 또 바람의 방향을 느끼며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경험으로 길을 안내하는 노련한 선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사가 엇 갈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이나 한국경제가 선장 없이 높은 파도 앞에 떠밀려가고 있는 형국이라는 게 그의 비유다. 대한민국은 10년전 IMF 금융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국민으로 세계인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전 국민의 '금모으기 운동'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아픔, 그리고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등이 위기 극복의 견인차였다. 그 과정에서 삼성, 현대차, LG, SK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환골탈태해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를 일궈냈다.

지난 28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이노베이션 한국을 위한 국가전략' 국제세미나에서 마이클 캐논 브로커스 IBM글러벌 전략담당 부사장은 "세계는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금융위기, 기후변화, 에너지 확보 경쟁, 안전과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며 "총체적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나 기업이나 미래를 내다보고 모두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선장'이 필요한 시기라는 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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