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시장에서 손놨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12.01 09:44

1250원 이상은 부담으로 여겨

정부는 외환시장에서 손을 놓은 것일까?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적극적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고환율에 따른 경상수지 개선 효과를 즐기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 역시 1250원 이상의 환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화자금시장이 충분히 풀리는 등 여건이 무르익으면 언제든 대규모 개입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1일 "수출업체들도 환율이 1250원 이상이면 자신들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한다"며 "기존 선물환 매도분과 해외차입 때문에 환율이 1250원 이상이면 수출업체들도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으로 은행권의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관계자는 "외화대출을 해둔 은행들도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외화대출 자산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커지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자산의 약 80%가 외화자산인 수출입은행의 경우 환율 급등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이 8%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몰렸다. 9월말 현재 수출입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8.16%로, 부실화의 기준으로 간주되는 8%를 간신히 넘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당초 올해와 내년 2차례에 걸쳐 추진하려던 수출입은행에 대한 6500억원 자본투입을 올해에 조기 완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 우려마저 제기되면서 물가에 대한 부담을 덜은 당국이지만, 여전히 환율을 하향안정시켜야 할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각) 페루 방문 중 리마에서 "외환은 건드리면 안 된다. 가만 놔둬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재정부는 "원칙적인 언급을 한 것으로 안다"며 환율안정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당국의 관계자는 "환율 상승을 방치할 경우 초과상승(오버슛팅)이 발생하면서 '환율 폭등→주가 폭락→환율 폭등'이라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은 환율 급등의 근본적 원인인 외화자금시장 안정에 주력하면서 환율 자체를 안정시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며 "외화자금시장이 충분히 풀리면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건도 갖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 떨어진 146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