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셀코리아'로 순채무국 전환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이상배 기자 | 2008.11.28 15:21

'주식→채권' 갈아타 기록상 채무 증가

우리나라가 외국에 꿔 준 돈(대외채권)보다 빌린 돈(대외채무)이 많은 순채무국으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대외채무 중 상환부담이 적은 외채(1112억달러)를 제외하면 861억 달러 가량의 순대외채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외채의 급증, 외환보유액의 급감 등이 채무국 전환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은은 또 채권국으로 재전환하려면 △경상수지 흑자 지속 △외국인의 직접(지분)투자 재유입 등 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한다 해도 그 규모가 크지 않을 전망이고, 글로벌 금융·실물위기로 외국인의 투자확대가 요원하다는 점에서 순채권국 전환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채무국 전환 왜= 우리나라가 빌린 돈은 늘고, 받을 돈은 줄었다. 외국인은 6~9월 국내에서 주식을 팔고 채권을 집중적으로 사 들였다. 외국인의 주식 투자는 통계상 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식을 팔아 채권을 살 경우 대외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은 이 기간 주식, 파생금융상품 등 지분성 투자자산에서 280억4000만달러 가량을 팔아 떠났다. 순대외채권 마이너스(-) 251억 달러에 버금가는 규모다.

반면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 물량은 기대만큼 회수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대외채무가 늘어나는 '승수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외국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내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주식 부문은 채권으로 잡히지 않는다"며 "외국인은 주식 팔아 채권을 사고, 내국인은 해외 주식을 사들임에 따라 '내·외국인간 투자불일치 현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순채무국 전환의 핵심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순채권국"(?)= 한은은 상환부담이 적은 외채를 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접투자의 대부투자(66억달러), 선박수출선수금(약 550억달러), 환헤지용 해외차입(약 496억달러) 등이다.

한은은 또 "통계상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외채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외국인의 지분성투자가 최근 큰 폭으로 순회수됐다는 것. 외채 감소 없이 대외채권(자산)만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현재 한국의 외채구조가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1980~1900년대에는 경상수지 적자 보전을 위한 차입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미래 수입에 바탕을 두고 있는 상환부담이 적은 외채가 총 외채의 26.2%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한은과 같은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순채무국 전환은 심리적, 상징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해외에서 돈을 빌려오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 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민감한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역설적이지만 경제가 나빠지면 해외차입이 어려워지면서 순채무가 줄어들고, 경제가 좋아지면 해외차입이 원활해져 순채무가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편으론 일리가 있지만 다소 잘못된 주장"이라고 평가한다. 권 실장은 "정부 측 주장은 평상시라면 맞는 말이지만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은 설명"이라고 분석했다.

권 실장은 '만기 불일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박대금은 1~2년이 되면 들어오는 장기자산인데, 은행들이 이에 따른 환헤지시 단기차입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어차피 사라질 채무이니 채무에서 빼야 한다는 논리도 맞지만, 지금처럼 외화유동성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만기 불일치에 따라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헤지용 단기차입 증가가 외화유동성 우려, 환율 상승 등 여러 문제를 낳은 핵심 이유인데, 바로 이것을 예로 들며 채무 규모를 해석상 줄이려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얘기다.

◇순채권국 조기 전환 가능한가= 이번에 채무국으로 떨어진 이유를 고려할 때 순채권국으로 조기 전 환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규모인 49억1000만달러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은은 향후 10억 달러 안팎의 흑자 기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순대외채권 규모를 감안하면 경상수지 흑자로 이 를 조기에 메울 가능성은 낮다.

외국인의 직접투자 확대도 요원하기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채권을 팔아 주식을 집중 매입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확보 경쟁과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모니터링 결과 10월중 은행의 단기 외화차입금 상환, 외국인 채권투자 회수 등으로 외채가 230억 달러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은 또 "내국인이 해외펀드 등에 투자한 자산을 국내로 들여오면 채무 축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해외차입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올해말에는 순채무 규모가 200억달러 안팎 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지하철서 지갑 도난" 한국 온 중국인들 당황…CCTV 100대에 찍힌 수법
  2. 2 김호중, 뺑소니 피해자와 합의했다…"한달 만에 연락 닿아"
  3. 3 "1.1조에 이자도 줘" 러시아 생떼…"삼성重, 큰 타격 없다" 왜?
  4. 4 김호중 '음주 뺑소니' 후폭풍…끈끈하던 개그 선후배, 막장소송 터졌다
  5. 5 빵 11개나 담았는데 1만원…"왜 싸요?" 의심했다 단골 된 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