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내 첫 존엄사 인정 판결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8.11.28 11:28

서부지법, "식물인간 인공호흡기 제거하라"

법원이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게 해달라며 자녀들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존엄사를 인정했다.

존엄사를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유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천수 부장판사)는 28일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김모(75·여)씨의 자녀들이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씨의 자녀들은 지난 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던 중 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연명치료중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재판을 담당한 판사들은 변호인의 요청에 의해 병원을 직접 찾아 김씨의 상태를 살피는 등 '현장검증'을 실시했고 재판부는 입장을 바꿔 김씨 가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씨의 현재 상태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절망적인 상태이고 인공호흡기 부착의 치료행위는 상태 회복 및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특히 현재의 절망적인 상태와 현재 나이 등을 고려할 때 김씨는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사를 갖고 이를 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적극적 안락사 등 모든 유형의 치료중단에 관해 다룬 것이 아니고 환자의 회복가능성이 없어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고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의한 인공호흡기 제거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6일 열린 공판에 전문의를 증인으로 불러 환자의 상태와 회복 가능성, 기대 여명 등을 확인했으며 이 자리에서 서울아산병원 이종식 신경과 교수는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으며 의사로서 김씨에 대한 치료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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