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업계에도 구조조정 '칼바람'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 2008.11.28 08:00

공단 최초로 유급휴가제 도입, 대량 감원에 문 닫는 기업도 속출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중견 전자부품업체 A사에 다니는 박모 과장은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4개월간 장기 휴가에 들어간다.

회사가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도입키로 한 유급휴가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 과장은 "대규모 감원을 실시하거나 아예 문 닫기 직전인 기업이 수두룩하다"며 "고용을 보장해주는 것만 해도 어디냐"며 오히려 다행스러워했다.

국내 전자부품업계의 산실인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때 아닌 유급휴가 바람이 거세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가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살아남기 위해 유급휴가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안산 공단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대기업에 휴대폰 부품을 공급하는 A사가 대표적이다. 1970년대 회사 설립 이후 30년만에 처음으로 유급휴가제를 실시한다.

전체 인력의 30%를 대상으로 하며 모든 부서에 예외 없이 적용된다. 기간은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4개월간. 유급휴가에 해당되는 직원들은 기본급 100%만 받게 돼 예전보다 소득이 30~50% 감소한다. 회사 관계자는 "경제 여건이 녹록치 않아 비용절감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품업체 B사도 최근 유급휴가제를 도입했다. 역시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부서별로 할당된 일정 인원이 휴가에 돌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1월에는 휴무기간이 1주일 안팎으로 비교적 짧지만 12월과 내년 1월에는 기간을 늘리고 적용 부서도 확대할 계획이다.


C사는 유급휴가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도입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우선적으로 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식으로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

이들 3사는 그마나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수십 명씩 감원을 단행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고 아예 문을 닫는 기업도 적잖이 등장하고 있다는 게 공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는 전방산업인 전자업계의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4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전자업계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D사 휴대폰 부문 경우 "재고처리를 차질 없이 하라"는 D사 휴대폰 부문 대표의 특명 하에 통상 12월에 하던 재고조정을 한 달 앞당겨 11월에 본격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12월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장기 휴무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자부품업계는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 세트업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대기업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할 말 다한 거 아니겠느냐"며 "대부분 부품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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