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은행 지점끼리 고객 쟁탈전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임동욱 기자, 이새누리 기자 | 2008.12.01 09:14

금융현장 체감온도 '영하 20도'

- 실적 상위권 지점장들조차 'F학점'
- 車할부 위탁업체 계약직 절반해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은행, 카드, 캐피탈 등 금융회사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면서 금융현장의 체감온도는 이미 한겨울이다.

동일한 은행에서 점포간 고객 쟁탈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고객이 없어 일손을 놓고 있는 캐피탈 업체도 있다. 금융회사들은 "실물경제를 돌볼 여유가 없다"며 '독자생존'에 매달리는 분위기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일선 지점장들은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량 거래업체가 많이 줄어든 탓에 경쟁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을 붙잡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같은 은행에서도 지점끼리 여ㆍ수신 경쟁을 벌여 고객을 뺏고 뺏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전언이다.

A은행에서 10년간 VIP고객인 김 모씨는 얼마 전 예 전 알았던 지점장의 전화를 받았다. "현재 거래 지점 보다 잘해 줄 수 있으니 점포를 옮기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씁쓸한 마음에 전화를 끊은 김 씨는 "오죽하면 지점끼리 경쟁을 할 정도로 지점장들이 받는 압박이 상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올 하반기들어 신용경색이 본격화하면서 시중은행 상당수 점포가 실적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B은행은 지점장 업무평가 시기를 12월 초로 연기했다.

이 은행은 매년 11월말까지의 실적을 토대로 우수 지점장 및 지점을 표창해 왔으나 올해는 실적 부진에 기존 평가항목이 무의미해진 탓이다. 예컨대 상위 점포들의 여·수신 실적이 예전만 못해 우수 지점장 조차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에서 모두 'F학점'을 받을 상황이라고 한다.


이 은행은 결국 3, 4분기 퇴직신탁이나 퇴직연금 등 퇴직상품 판매액을 수신 실적에 넣고, 지점장의 성실도와 정성도까지 평가항목에포함하기로 했다.

제2금융권도 불황을 실감하고 있다. 자동차할부를 취급하는 캐피탈사들은 정부 지원으로 영업자금을 확보했으나, 그나마 찾아오는 고객들이 사라졌다며 울상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자동차할부나 신용대출 신청이 들어와도 심사를 거부했다"며 "이제는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없어 영업이 정체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영업점에 업무가 없어 창구에서 소설책을 읽고 있는 풍경도 드물지 않다"며 "자동차할부 위탁업체들은 계약직 인력의 절반 가량을 구조조정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들은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여신 관련 부서의 인원을 줄이는 대신, 채권회수 등 관리조직을 강화하는 추세다. 신입 사원은 꾸준히 뽑고 있으나 예전보다 규모를 줄였고, 그나마 경력직 비중을 높이고 있다.

전형적인 불황산업으로 꼽히는 신용정보업계의 분위기도 밝지 않다.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 일거리가 늘어야 정상인데, 금융기관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을 줄이는가 하면 채권관리 위탁단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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