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무역금융, BIS 비율에 '발목'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11.27 10:47

대출자산으로 잡혀 부담…환율 오르면 더 불리

이 기사는 11월27일(10:3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대폭적인 외화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무역금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입결제를 위한 유산스(Usance)나 수출환어음(Nego), 즉 매입외환 역시 위험가중치가 적용되는 자산으로 BIS 비율을 낮추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은행, 한은에 외화 지원 신청 안해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4일 신청을 받고 이틀간의 심사를 거쳐 26일 지원 계획이었던 국내 외국환은행의 무역금융 용도 외화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자금 지원 신청을 한 은행들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28일 계획된 공급분에 대한 신청도 없었다.

이에 앞서 정부 외국환평형기금중 수출입은행을 통해 무역어음 용도의 6억달러가 공급됐다.

무역금융을 돕기 위해 정부가 60억달러(중소기업+대기업), 한은이 100억달러(중소기업) 총 160억달러의 금액을 책정해 놓은 것에 비하면 은행들의 신청이 저조하다.

한은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각 은행 지점에서 취급한 무역금융 확인서(사본)을 제출해야 하는 등의 절차가 있어 실제 신청까지에 시간이 걸린다. 또 신규로 순증한 무역금융만큼만 지원하기로 한 점이 은행들에 부담이 됐다.

여기에 더해 한은 관계자는 "이번 공급 계획 이전 정부가 무역금융 용도로 두차례에 걸쳐 총 50억달러를 공급했는데 외화 자금 사정이 상당히 좋아진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시중은행들이 지원받은 외화는 아직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BIS 비율하락 감내하기 힘들다"


은행들이 정부와 한은의 외화 공급 정책에 크게 호응하지 않는 데는 또 다른 숨은 이유가 있다. 추가로 무역금융에 나설 경우 자산 건전성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의 3분기말 현재 BIS 비율은 10.79%로 전분기 대비 0.57%포인트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과 KIKO 등 파생상품 손실, 가계 대출 부실 등으로 BIS 비율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증자를 고려하고 있다. 자본을 늘리면 BIS 비율 상승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에서는 기존 자산을 매각하거나 추가 자산 확대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무역금융에 소홀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유산스, 매입외환 등 무역금융 역시 은행의 대출 자산으로 잡히게 돼 BIS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덩치가 큰 대기업의 무역어음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정부에서 외화를 충분히 공급해 주고 있지만 한번에 10억달러에 가까운 네고나 유산스를 받아 자산을 키우는 것은 현재 은행 사정상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무역금융 같은 외화자산의 경우 환율 상승시 자산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어 취급을 더 꺼리게 만든다. 자산 규모를 원화로 환산해서 산정하기 때문이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기업분석실장은 "은행들이 무역금융을 취급하게 되면 위험자산이 커지면서 충당금이 늘어나 BIS 비율이 하락한다"며 "특히 외화 자산은 환율 상승시 자산 규모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수출과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은행들이 취급해야 할 무역금융 역시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중 은행들이 무역금융에 여전히 비협조적이라는 하소연이 있어 이 같은 분석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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