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판매 선진화 먼저 시행한 일본은?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 2008.12.07 04:15

[머니위크]

# 퇴직금을 운용하기 위한 적절한 투자 상품을 찾아 은행을 방문한 A씨는 상품에 가입하기까지 세차례에 걸쳐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다.

우선 은행 영업직원을 만나 상품에 대한 적합성을 확인해야 했고, 다음에는 상품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가지 과정을 마친 후 다시 한번 지점을 방문해 비로소 가입서에 서명을 할 수 있었던 것.

길어야 한시간 남짓 설명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인데 세차례에 걸친 지점 방문이라니. 이 낯선 장면은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례다. 2007년 9월30일 금융상품법을 도입한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일본의 금융상품법은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본격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 및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내놓은 펀드판매시장 선진화방안과 여러 가지로 일맥상통한다. 우선 근본적인 목적이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차단하는 데 있고, 파생상품을 포함해 금융상품이 다양화·전문화되는 데 반해 투자자나 판매자의 금융지식이 부족한 상황도 흡사하다.

때문에 자본시장통합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가운데 토시하루 시라네 일본FP협회 이사가 전한 일본의 경험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1월22일 '한국FP컨퍼런스'에 참석한 그는 금융상품법 도입에 따라 장기적으로 시장과 투자문화가 성숙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단기적으로는 마찰음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도 도입이 투자문화의 성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반면 시행 직후에는 투자자나 판매자들 사이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토시하루 시라네 이사는 투자자들이 금융상품에 가입하기까지 절차와 설명 과정이 복잡한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자나 투자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의 경우 판매직원이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취해 오히려 투자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불만도 내놓았다.

일본은 금융상품법의 도입에 따라 파생상품 예금과 외화예금, 통화옵션 조합형 예금 등 예금상품과 변액보험 및 연금, 그밖에 시장 위험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판매 규제가 엄격해졌다.

즉 투자 경험이 적은 투자자에게 가격 변동성이 높은 고위험 상품이나 구조가 복잡한 상품의 가입을 권하는 것은 적합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 금융자산이 적은 투자자에게 고위험 상품을 권하는 것 역시 적합성 원칙에 어긋나는 영업 행위에 속한다.

이처럼 불완전판매를 근절해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도입한 금융상품법은 단기적으로는 커다란 효과보다 투자자들 사이에 달라진 환경에 대한 저항과 혼란을 야기했다고 토시하루 시라네 이사는 전했다. 또 '빨리빨리' 문화에 젖은 한국도 초기에는 이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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