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총대 멘 '은행 자본 투입'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이상배 기자 | 2008.11.27 05:55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주도… 전광우 위원장은 반대

금융당국이 은행자본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데에는 정부 못지않게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국자들은 시중은행들이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유지에 매달려 기업 대출에 적극나서지 못하고, 이 때문에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현재의 '신용경색'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했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등 정부 부처는 정부가 민간분야인 은행에 직접 간여한다는 부담이 있어 '관치' 논란에서 보다 자유로운 집권 여당에서 총대를 맨게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 누가 주도했나=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행보가 눈에 띤다. 임 의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도가 나기 전에 금융기관과 기업 간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하고, 은행들에 대한 법적 지원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현행법상 부실화되지 않은 은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서 부실화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최소한 8% 안팎 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여당 정책위의 다른 핵심관계자는 "지금의 법체계는 외환위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은행이 부실화되기 전에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은행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는 안 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지분확보 등을 통해 은행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이처럼 발 벗고 나서는 와중에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실무진 사이에 논의가 오가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 문제는 없나?= 그러나 은행이 아직 부실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은행에 대한 자본투입 등을 거론할 경우 괜히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위기감만 고조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 같은 이유로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심리가 극도로 불안한 현 상황에서 정부가 은행에 대한 자금지원에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만 해도 시중은행의 신인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한국 시중은행을 불신하고 있는 외국 언론과 국제 신용평가사들에게 "한국 은행들이 증자 등을 통해 독자적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할 능력이 없어 정부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아직 부실화되지도 않은 은행들이 과연 스스로 정부의 자본확충을 받아들여 '자승자박'하려 하겠느냐는 점도 걸림돌이다. 은행 경영진 입장에서는 정부의 자본투입을 받아들일 경우 정부의 경영 간섭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 큰 우려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도 정부가 도이치뱅크, 코메르츠뱅크 은행들에 대해 자본확충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은행들은 거부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코메르츠뱅크는 최근 독일 정부로부터 82억유로의 자본확충을 받는 방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국식의 은행발행 우선주 매입이나 은행 후순위채 인수 등의 방식을 취하면 굳이 은행 측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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