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증시향방 가늠할 외국인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11.26 17:13

이달들어 첫 1000억 넘게 '사자'…대형 우량주 집중

코스피지수가 26일 이달 들어 2번째 상승률인 4.7% 급등하면서 1029.78을 기록했다.

3거래일만에 종가 1000선도 회복했다. 기관이 프로그램 순매수를 2311억원까지 늘리면서 2163억원의 매수 우위를 영향도 있지만, 외국인이 이달들어 처음으로 1000억원 이상인 1249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개인이 3166억원을 순매도하는 와중에 외국인의 매수 가세는 코스피 상승에 큰 힘이 됐다.

이날 코스피시장은 외국인의 역할이 아직까지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날에도 2082억원의 프로그램 순매수가 나오고, 개인은 498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하지만 외국인이 이날과는 달리 567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증시는 초반 5% 오름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1.4% 상승에 그쳤다.

반면 26일에는 개인이 3162억원의 '팔자우위'를 나타냈지만, 외국인이 12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증시는 4.7%의 고공비행을 누릴 수 있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대형 우량주에 집중하면서 지수 상승에 일조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순매수 1위에 올려놓으면서 819억원어치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어 POSCO(338억원 순매수)와 삼성화재(237억원 순매수)가 뒤따랐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이달 들어 처음으로 1000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 "단기적인 글로벌증시와 국내증시가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로 갈 것이라는 관점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주택 등을 포함한 가계대출관련 8000억달러 지원계획발표와 유럽에서 1300억 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책 실시 소식 등으로 단기적으로 코스피도 상승 기반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추세적인 매수세 반전까지는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며 분위기가 반전돼도 국내에 남아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와 미분양 문제, 여기에 함께 맞물린 은행권 부실화 등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추세적 매수반전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나대투증권 곽연구원은 " 국내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외국인들은 단기 흐름에 따라 순매수와 순매도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와 POSCO 등 시총 규모가 큰 종목에 외국인이 많이 몰린 것은 그동안 비워뒀던 포트폴리오를 조금 채워넣는 의미일 수도 있다"며 "추세적인 매수세로의 반전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매도의 규모면에서는 줄어들 여지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증권 민 연구원은 "올들어 45조원을 순매도한 외국인들이 단기간에 태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년전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만큼 추가적인 매도 급증은 완화될 공산은 크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5년초 42.1%에 이르렀던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은 3년만인 현재 28.9%까지 줄어들었다.

코스피시장의 우량주들은 매력적인 가격에 진입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기존 매매강도가 줄어들 요인이 있다는 것이 민 연구원의 해석이다.

하나대투 곽연구원도 "그동안 팔만큼 팔았기 때문에 향후 급격한 매도세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스피가 오늘처럼 강한 탄력을 보이면 당분간 매수세 관점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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