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 시장이 커진다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8.11.27 15:35

[우리 경제에 HIM을]<1-2>HIM이란

↑야생 공정무역커피를 파는 '카페 티모르' 이대점 ⓒ이로운블로그

1906년 4월 18일, 3000여명의 사망자와 30만명의 이재민을 낸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한 남자는 점포를 열고 재해를 입은 소상인과 주택 복구를 원하는 서민들에게 서명만 받고 신용대출을 시작했다. 그는 후에 아메리카은행(Bank of America, BOA)이 되는 ‘이탈리아은행(Bank of Italy)’의 설립자, A.P.지아니니(Giannini)였다.

1907년 10월, 미국에서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졌을 때 JP모간체이스의 창립자, 존 피어폰트 모간은 월가의 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긴급구제펀드 2500만달러, 지금 돈으로 치면 5억5000만달러에 해당하는 돈을 조성해 경쟁력 있는 은행 살리기에 나섰고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시장이 위험에 빠졌을 때 나서는 자본가들의 역사는 현재 속에서도 쓰여지고 있다. 2008년 9월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나섰다.

그는 전력공급업체 콘스털레이션에너지그룹을 47억 달러에 인수하고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 제너럴일렉트릭(GE)에 30억달러를 투자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대주주인 웰스파고는 와코비아은행을 151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는 남들이 다 '리스크'를 피해 시장을 떠날 때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시장적인 시각으로 보면 '돌연변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이은 부동산시장, 파생상품의 몰락 속에서 BOA와 JP모간체이스는 다른 대형 금융사를 인수하면서 건재를 자랑하고 있다. 불황에 강한 체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불황 속에 소비시장에서도 강인한 '돌연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황엔 잘 팔리는 초저가 상품 대신 비싼 유기농, 친환경, 공정무역 상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윤리적 제품을 파는 곳들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게는 10%대 많게는 150%의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중국 대신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물품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이들은 '자본가는 약탈적, 시장은 약육강식의 장'이라는 상식을 깬다. 이들이 가진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 힘은 지극히 '인간적(Humane)'이다. 이들은 자신을 ‘희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생존’ 즉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깨끗한 가난함(淸貧)’보다는 ‘깨끗한 부(淸富)’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 공동체가 함께 경제위기를 넘는 힘을 준다.

머니투데이는 이러한 자본과 시장을 'HIM(Humane Investment and Market)' 즉 인간적인 투자와 시장이라고 이름 붙인다. 인간적인 투자(投資)란, 인간적인 시장의 형성을 위해 자본과 시간을 쏟는 것을 말한다. 인간적인 시장(市場)이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장을 말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한 연설 중 “Change의 g를 c로 바꿔보면 Chance가 되는 것처럼 변화 속에 기회는 반드시 숨어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시작되고 있는 변화의 현장을 찾아 HIM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경제적 고난 속에 더 큰 기회, 더 지속적인 시장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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