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안정펀드는 민간펀드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황은재 기자, 이새누리 기자 | 2008.11.24 20:32

한은, '한은펀드'오해살까 절반만 지원, 은행권선 난색

한국은행이 24일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에 최대 5조원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채안펀드 조성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시장에선 채안펀드가 조성돼 회사채 등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다면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중소기업 및 금융권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은행권의 난색 표명 등 펀드 조성을 위한 준비부터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한은의 지원 결정에 채권시장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한은이 채안펀드를 지원하지 않으면 금융회사들은 보유채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지원한도 5조원은 시장의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규모다. 한은은 지원규모가 전체 펀드 조성금액 10조원의 절반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절반 이상을 지원하면 이는 민간펀드라기보다 '한은펀드'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민간펀드'라는 원칙과 명분을 고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지원은 한은 나름대로 최대한의 노력을 다한 것"이라며 "발권력을 통한 신규 유동성을 투입한 첫 사례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초 채권시장은 신규 자금 지원 없이 채안펀드를 조성할 경우 아랫돌 빼내 윗돌 괴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우려했다"며 "채안펀드 조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자금조달 부담도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나머지 5조원을 마련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의 부담이다. 당장 펀드출자금을 댈 여력이나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이들이 난색을 보이는 이유다. 채권발행이나 보유 유가증권 매각을 통해 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매물이 많아져 채권금리가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현재 은행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채권발행이나 유가증권 매도뿐이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며 "한은의 매매대상에 국고채나 통안증권뿐 아니라 은행채까지 포함하지 않는다면 목표한 10조원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펀드'임을 강조하지만 그동안 시중은행 등 금융권과 사전조율이 부족했다는 점도 문제다. 또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최소한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서라도 현금과 채권을 얼마나 취합할 수 있는지 미리 맞춰봐야 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체 펀드 조성 규모인 10조원이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연기금이 펀드조성에 적극 참여하고 한은도 시장에 유동성을 더욱 공격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부총재보는 "아직 펀드가 조성되지도 않은 터라 증액 여부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금리는 한은의 발표에도 상승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이날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주 말보다 0.07%포인트 오른 연 5.21%로 마감했다. 3년 및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5.06%와 연 5.88%로 각각 0.07%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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