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입주업체 "줄도산 악몽 현실화"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8.11.24 16:34

현지 인력 절반 철수할 경우 공장 운영 사실상 불가능

북한 내 개성공단에 입주한 국내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해졌다.

공단 내 상주 또는 출퇴근 하는 남측 근로자 절반을 철수시키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것으로 업체들은 하나 같이 "공장 문을 닫으라는 얘기"라는 반응이다.

입주업체들의 상당수가 생산량의 절반 이상 또는 전부를 개성에서 소화해냈기 때문에 출입인력 제한은 공장 폐쇄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도산을 의미한다고 아우성이다.

개성공단 내에 '개성대화'라는 법인을 운영하며 이곳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대화연료펌프측 관계자는 "개성공단 내 인력 중 절반이 철수할 경우 공장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미 최소한의 관리자들이 파견돼 있기 때문에 이들 중 일부만 없어도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남측 인력들은 대부분 북한 근로자들을 관리, 감독하며 △불량률 저하 △생산라인 간 탄력적 인력 조정 △수급 조절 등 핵심 업무를 수행해왔다.

대화연료펌프 관계자는 "당장 나타나는 현상으로 불량이 상당히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곧 생산품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공장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화연료펌프는 현재 전체 생산량의 60%를 개성에서 소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개성에 70억여원을 투자했다.

개성에서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는 태성산업도 비슷한 하소연이다. 태성산업측은 "공장 여기저기서 불량이 쏟아져 공장 운영 자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공장 문을 닫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또 "단지 근로자의 절반만 남기겠다고 하는 건 단순히 숫자의 상징성만을 표현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업체 입장에선 개성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경고로 해석될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는 탈북자 단체의 전단지 일명 '삐라' 살포와 이를 제재하지 못하는 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친기업적이라는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기업 적대적 대북정책으로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의 생존이 달린 삐라 단속조차 법규 미비로 하지 못한다는 건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진출해 공장을 가동 중인 기업은 외국기업 1곳을 포함해 모두 88개에 이르고 있다. 또 현재 공장 건립 등 투자가 진행 중인 곳도 50여개에 이른다.

9월말 현재 남측 근로자 1236명에 북한 근로자 3만3688명 등 3만4924명이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북한이 운행을 중단시키겠다고 밝힌 남북 간 철도는 이미 효용가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의 거의 대부분이 차량을 이용할 뿐 열차를 활용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열차를 이용해 활용도를 높여줄 것을 업체들에 요청하기도 했으나 효율성이 떨어져 거의 빈차로 남북을 오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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