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출자여력 없어"…채안펀드 '난색'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8.11.24 16:23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에 최대 5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직접 출자 책임을 떠안아야 할 은행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출자 금융기관에 최대 5조원, 출자금액의 5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방식은 국고채와 통안증권 매매를 통해서다. 하지만 출자하는 주체인 시중은행은 불편한 기색이다.

일단 여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자금조달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채권발행이나 보유한 유가증권을 되파는 것. 하지만 당장 채권을 발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출자하는 은행들이 일제히 유가증권을 내놓을 경우 매물이 많아져 채권금리는 올라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내일 금융위원회 발표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은행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채권발행이나 유가증권 매도 뿐이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의 2조원을 빼면 은행, 보험, 증권사가 8조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내놓을 건 다 채권일 수밖에 없다"며 "(매매대상에) 국고채나 통안증권 뿐 아니라 은행채까지를 포함하지 못한다면 10조를 채우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채안펀드 운용방안에 대해 은행 측과 사전조율이 없었다는 점도 불만으로 제기된다. 어디에서 얼마나 출자할지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채안펀드 안을 던져놔서 시장만 혼란스러워졌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심하게 얘기하면 금리를 어떻게 올려볼까 고민하는 사람들 같다"며 "최소한 행장이라도 모아서 현금과 채권을 얼마나 취합할 수 있는지를 미리 맞춰봐야 했던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18일 채안펀드 운용방안을 놓고 자금담당 실무자간 회의가 열렸지만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은 걸로 전해진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은행을 비틀어 짜면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매매(RP)에 맡기거나 후순위채 발행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며 "현재로서 환율이 떨어지기도 힘든 상황인데 은행 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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