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1019쪽' 외환銀 매각 선고 표정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8.11.24 14:52
2년 가까이 진행돼 온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1심 재판이 24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54·사진) 등에 대한 무죄 선고로 일단락됐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불법이 아니라는 게 1심 재판부(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의 판단이다.

◇ '꽉 찬' 방청석…'텅 빈' 검사석 = 선고 공판이 열린 505호 법정은 재판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방청객으로 가득 찼다.

재판 시작 10분 전에 도착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 등은 법정 뒷문으로 들어와 방청객을 뚫고 피고석까지 가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꽉 들어찬 방청석과 달리 검사석은 공판 내내 비어 있었다. 검찰은 지난 10일 결심 공판에서 추가증인심문을 신청하며 변론종결을 미뤄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구형 없이 재판 도중 퇴정했다.

◇ "우리도 부담감 느꼈다" =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쏠린 이목을 의식한 듯 예정시간보다 5분 이른 오전 10시55분에 입정했다.

사건을 맡은 이규진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2년 가까이 재판을 진행하면서 피고인 뿐 아니라 검찰과 재판부도 사안의 중대성 등으로 부담감을 느꼈다"며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법과 양심에 따라 객관적으로 과감하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 도중에도 "피고인들이 개별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는 많이 있었지만 외환은행 매각이라는 전체적인 틀에서 봐야 한다", "이 사건은 배임 혐의에 대한 건"이라며 재판 과정에서의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 판결문만 1019쪽…1시간30분의 선고 공판 = 재판부가 사전 준비를 했는데도 선고에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총 86회의 공판을 진행하면서 다룬 쟁점을 정리한 판결문은 1019쪽에 달했다.

변 전 국장 등은 2년여를 끌어온 재판의 1막 끝자락에서 1시간30분간 묵묵히 재판장의 선고 내용을 경청했다.

"피고인들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는 선고가 내리자 법정은 판결 내용을 재확인하고 서둘러 빠져나가는 취재진으로 소동을 겪었다.

몇몇 변호인은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변 전 국장은 그 사이에서 한참 동안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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