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심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가 24일 "2003년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헐값에 인수되도록 했다"는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행장 이달용 부행장의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무죄 판단 근거는=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매각을 즈음해 외환은행은 대규모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있었고 1조원 이상의 신규자금 투입 의사를 밝힌 곳은 론스타 뿐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외환은행은 서울은행 조흥은행 등과 달리 공적자금 투입 은행이 아니어서 공개 경쟁절차로 매각할 의무도 없었다는 것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자본 확충 및 보유주식 매각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론스타가 재무적 투자자에 해당한다고 해도 신주발행 또는 구주매각에 대한 의사결정은 당시 경영진의 경영 판단 또는 정책적 판단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이었던 외환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전망치와 관련해서도 법원은 비율 산정에 피고인들을 포함한 누군가가 개입한 잘못이 있더라도 그 행위를 배임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경부와 외환은행 금감원 금감위 등이 인수자격의 필요성을 왜곡했는지 여부, 변양호 이강원씨가 스티븐 리 당시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공모했다는 공소사실도 유죄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국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 변씨 등의 배임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론스타와 외환은행이 사전에 공모해 주당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마라톤 재판, 재판 과정도 '기록적'=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은 2003년 8월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인수된 지 2년 후 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고발 및 감사원의 수사의뢰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대검 중수부는 외환은행 측이 금융당국과 공모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고의로 낮게 평가해 론스타의 인수를 쉽게 해주는 등 배임을 한 것으로 결론짓고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오랜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참고인 조서 공개를 두고 1년 넘게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고 올해 초 법관 인사로 1년가량 사건을 담당해 온 재판부가 바뀌는 등 1심 선고만 2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신청했던 영국계 은행 HSBC가 금융위원회에 인수 신청을 철회하는 등 상황 변화가 있었고 금융감독위원회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첫 공판에서 변론종결까지 23개월에 걸쳐 형사사건 사상 최다인 86차례의 공판이 열렸고 판결문 분량만 1029쪽에 달한다. 이를 요약해 설명하며 피고인들의 형량을 선고, 선고 공판이 1시간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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