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역시 대마불사..UBS처럼 살리기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11.24 08:43

500억달러 규모 '배드뱅크' 설립 유력

씨티그룹 구제방안으로 배드뱅크 설립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금융당국은 500억달러 규모의 정부자금으로 배드뱅크를 만들어 씨티가 대내외적으로 안고 있는 부실 자산을 대거 인수해 추가손실을 막아 유동성 위기에서 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250억달러의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씨티에 또 대규모 혈세가 투입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씨티는 너무 커 죽일 수 없는(too big to fail) '대마불사'의 대명사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만큼 정부 지원이 늦어질 경우 자칫 베어스턴스나 리먼 브러더스처럼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100개국 이상에서 영업을 하는 씨티는 2조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으며, 너무 크고 많은 다른 금융회사와 연결돼 있어 씨티의 문제는 파급 효과가 너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자금을 지원하는 미정부는 대신 우선주나 워런트(신주인수권)를 인수해 혈세 투입을 회수하겠다는 구상이다. 당국은 감자 같은 방식을 피해 기존 주주들의 막대한 손실은 막아보겠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다.

국민 세금을 투입해 씨티의 부실 자산을 해소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대마불사, 경영진들의 모럴 헤저드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방식이 참신한 것은 아니다. 씨티그룹과 FDIC(연방예금보험공사)가 씨티의 와코비아 인수를 논의할 때 관측됐다. 씨티그룹이 상당한 수준의 와코비아 손실을 인수하고, 나머지는 FDIC가 떠안으며 씨티는 이에 대해 씨티의 우선주를 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웰스파고가 높은 가격을 들고 와코비아 인수전에 뛰어들어 이방식은 빛을 보지 못했다.

스위스 정부가 UBS를 살리기 위해 제시한 방식과도 흡사하다. UBS는 씨티그룹과 이번 신용손실 1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중앙은행과 UBS는 600억달러의 부실 자산 등을 UBS의 장부에서 별도의 법인(배드뱅크)으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540억달러를 배드뱅크 출자와 UBS 대출금으로 지원하고, UBS는 60억달러 규모의 신주를 발행한다. UBS 주주들은 이번주 이 방안에 대해 표결한다.

망가진 과정이 닮았으면 구제 경로도 크게 다를 수 없는 게 국경없는 자본주의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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