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왑시장 '一物二價', 외화자금난 반영

더벨 황은재 기자 | 2008.11.24 08:22

[Market Watch] NDF와 역외 CRS금리, 국내 보다 높아

이 기사는 11월21일(17:0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 자금난과 외국인 자금이탈이 외환시장과 스왑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동일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와 역외에서 거래되는 가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매겨진 선물환율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과 차이를 벌리고 있다. 마치 지난 2004년 정부가 환율하락을 막겠다며 국내 외국환은행의 NDF포지션을 규제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달러화와 원화를 교환하는 통화스왑(CRS) 금리도 일물일가 법칙이 깨졌다. 국내 금리가 역외 금리에 비해 훨씬 낮다. 원화와 교환하는 달러 값이 역외에서 보다 국내에서 훨씬 비싸다는 얘기다.

선물환율과 차액결제선물환, 역내 통화스왑과 역외 통화스왑(이하 NDS: Non-Deliverable Cross Currency Interest Rate Swap)은 본질적으로 같은상품이다. 다만 역내에서는 총액으로 결제하고 역외거래는 만기시 손익만 정산하는차액결제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가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역내·외 CRS 금리차..20일 한 때 0.80%까지 확대

선물환율과 CRS의 국내와 역외 가격차가 벌어진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당국이 국내 은행들의 NDF 매입·매도 포지션을 제한하자 NDF환율과 NDS 금리가 국내 선물환율과 CRS 금리를 밑돌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결과적으로 외국인의 무위험차익거래를 도와준 꼴이 됐다. 가격차가 벌어지자 외국인들은 해외에서 싸게 달러를 차입해 국내 현물환시장에서 비싸게 팔았다. 또 국내 CRS보다 낮은 NDS를 통해 환위험을 헤지하면서 차익을 챙겼다. 원화로 환전된 자금은 국내 채권투자에 썼다.

최근 나타나는 현상은 2004년과 완전히 반대다. NDF 환율이 국내 선물환율보다 높다. 20일 기준 NDF 3개월물 환율은 1498원, 같은 만기 선물환율은 1480원이다.

NDS 금리도 국내 CRS 금리를 웃돈다. 지난 20일 국내 통화스왑 시장에서 1년물 금리는 0.00%를 찍었다. 같은 날 1년만기 NDS 금리는 0.1%였다.

장중에는 NDS와 국내 CRS 금리차가 0.80%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금리차가 좁혀진 것은 당국이 스왑시장에 개입해 CRS 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국내 CRS금리는 지난달 중순이후 NDS 금리를 꾸준히 밑돌고 있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이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한 직후인 10월말과 이달초에만 잠깐 국내 금리가 높았다.



◇ NDS-역내 CRS 금리차 확대 "국내 금융회사 외화조달난 반영"


국내와 역외의 선물환율과 통화스왑 금리가 벌어진 계기중 하나는 지난달 중순경 정부가 또다시 NDF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10월말 "정부는 규제나 어떠한 종류의 자본 거래 통제도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NDS와 국내 CRS간의 금리차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한은과 정부의 외화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스왑 시장 등을 통해 외화를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은행들은 국내은행들의 외화조달난에 따른 신용도 하락을 우려해 거래를 꺼리고 있다. 국내은행 관계자는 "다수의 외국은행들이 국내은행에는 크레딧 라인을 주지 않으려 한다"며 "거래 상대방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반면 역외는 주요국의 유동성 공급 확대로 자금 조달난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 10월 중순 4.82%까지 상승했던 3개월물 리보(LIBOR)금리는 2.15%까지 하락했다. 이재형 동양선물 연구원은 "NDS와 국내 CRS의 금리차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난을 반영하는 크레딧 스프레드와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역외, 원화자산 포지션 청산".."환율 상승 베팅도"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자금 조달과 신인도 우려에 따른 크레딧 라인 문제 외에도 외국인들의 원화자산 포지션 청산을 한 이유로 지목됐다. 채권을 팔고 역내에서는 한은과 정부가 공급한 달러 유동성을 CRS 리시브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10월부터 지난 18일까지 외국인이 순매도한 채권규모는 달러 환산 340억달러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들은 역내 CRS 리시브를 NDS에서 페이하며 금리 움직임에 따른 위험을 없애, 달러는 가져가고 포지션은 중립으로 만든다. 그러나 만기시점에 환율 변동 위험이 있기 때문에 NDF 매수를 한 번 더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NDF 환율과 NDS 금리는 오르고 CRS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시장 한편에서는 "외국인이 역내외 역외에 모두 거래선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라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가격 움직임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실제 움직임과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역외가 NDF시장에서 원화약세에 베팅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외국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로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역외 NDF 매수가 있다"고 말했다.

두 가격간의 괴리가 좁혀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반적인 시장 상황이라면 NDS에서 리시브를 하고 CRS를 페이, NDF 매도와 역내 선물환 매수를 통해 차익거래가 가능하지만 달러 유동성이 받쳐주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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