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부메랑' 은행 돈줄 마른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8.11.24 07:42

외국계銀 헤지거래 증거금 요구… 수조원 유동성 압박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가 은행권의 발목을 두 번 잡고 있다. 키코 거래 중소기업들과 골치 아픈 소송에 휘말린데 이어 이번에는 키코 위험회피(헤지)를 위해 반대거래를 했던 외국은행이 수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거금은 일종의 '담보물'인데 환율 급등에 따른 추가 담보를 내놓으라는 얘기다. 가뜩이나 '돈 마른' 은행에 상당한 유동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키코 증거금 '수조원'"= 은행들은 기업들과 키코 거래를 한 뒤 대개 외국은행과 반대매매를 통해 위험을 회피했다. 형태는 원화, 달러, 국고채 등 다양한데 이를 두고 은행권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계약 체결 등의 영향으로 잠시 안정을 되찾는가 싶던 환율이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1500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상승할수록 키코 헤지 거래에 따라 지급해야 할 증거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외국은행들은 환율이 계약 당시보다 오르면 오를수록 계약 불이행 확률이 높아지니 그만큼 추가로 증거금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탓이다. A은행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서 1500원으로 폭등하자 증거금 규모가 1.5배 가량 불어난 상태다.

물론 은행들은 키코 한 상품만을 특정지어 헤지 거래를 하지는 않는다. 전체 상품을 묶어 일괄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키코 한 상품에 대한 증거금이 얼마나 늘었는지 정확히 들여다보기 쉽지 않은 이유다. 감독당국도 아직 관련 통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권은 그러나 전체 증거금의 절반가량이 키코 거래 헤지에 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별로 키코로 인한 증거금이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키코 거래를 많이 한 B은행의 경우 전체 증거금 규모가 7~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은행의 총자산과 견주어 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고 말했다.


◇은행 '돈 가뭄' 부채질= 채권시장이 마비되면서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졌다. 은행권이 최근 유례없는 고금리 정기예금 특별판매에 나섰던 것도 원화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계약 형태에 따라 은행은 일별 혹은 월별로 지불해야 할 키코 증거금을 미리 확보해 놓아야 한다. 원화는 부족한데 키코 증거금 등 필요한 자금이 많아지니 고금리 예금이라도 판매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C은행이 키코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소문'까지 돌았었다.

물론 증거금은 '담보' 성격이라 계약이 끝나면 되돌려 받을 수 있다. 환율이 하락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회계상 장기 부채 형태로 잡혀 은행들의 원화 유동성 비율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화로 계약한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국고채나 달러 형식으로 계약한 은행은 사정이 더욱 다급해졌다. 가뜩이나 외화 차입이 안 되는 상황에 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란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키코 증거금을 마련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인데 중소기업까지 나서 불완전 판매라며 줄줄이 소송을 제기하니 은행권이 이중, 삼중으로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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