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헤지펀드, 명동시장 '노크'한 이유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8.11.23 15:14

[명동풍향계]투자타진 늘어… "정부 부실끌고가기, 외인은 호재로 인식"

외국 헤지펀드가 명동 사채시장을 잇따라 노크하고 있다. 기업 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는 명동 사채시장을 통해 한국 시장 상황을 밑바닥부터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최종 목적은 싸게 나온 기업의 인수·합병(M&A)이다.

◇사채업자와 외국 헤지펀드 '회동'= 지난주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외국계 헤지펀드 관계자를 만났다. 이들은 명동 관계자와 접촉해 한국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투자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도산, M&A ,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이 관심사다. 한국의 정보망을 최대한 확보하고 파트너를 물색하기 위해 전방위로 나섰다.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

명동 관계자는 "올해 6월경에도 헤지펀드 관계자와 만났으나 최근 들어 부쩍 접촉 타진 횟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헤지 펀드들과의 면담에서 느끼는 것은 한국 정부가 어려움을 그냥 끌고 가려하고 있어 오히려 외국인들이 호재로 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 대주단 협약이 대표적인 예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건설사만 지원하겠다던 애초 취지와 달리 모두 끌고 가는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결국 어느 순간 정부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란 게 헤지펀드의 시각이라는 설명이다.

명동 관계자는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순간에 다달으면 그 순간은 대책이 전혀 없게 된다"면서 "이를 노리기 위해 헤지펀드와 명동 전주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월 5% 금리는 기본"= 최근 중견 건설사인 A사의 어음 할인이 저축은행에서 퇴짜 맞았다. 명동 시장까지 흘러들어왔지만 결국 성사되진 못했다. 명동에서 월 5% 이상이 아니면 할인해 줄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던 것.

아파트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B건설사도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한다. 명동의 한 어음 중개업자는 최근 B업체 임원과 연락두절 상태라고 전한다. 그는 "경험칙상 갑자기 연락이 안되는 경우 수일 안에 자금 문제 등이 크게 터지게 돼 있다"고 내다봤다.

명동 시장에서 지난주 어음 할인율이 하락한 기업이 없었다. 2주째 이어지는 현상이다. 은행권과 건설사의 대주단 협약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탓이다. 월말 어음 결제일이 몰리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동 관계자는 "건설사의 불투명한 재무현황으로 금융원의 불신이 커지고 있고, 건설사 역시 혹여 그것을 빌미삼아 금융권이 경영간섭에 나설까봐 불신하고 있다"면서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돈맥이 막혔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23억 갚으면 '10억 빚' 또…"더는 못 갚아줘" 박세리, 이유 있었다
  2. 2 "이게 살짝 난 상처인가요?" 아들 얼굴 본 아버지 '분통'
  3. 3 산소마스크 내려오고 승객들 코피 쏟고…대만행 대한항공편 긴급 회항
  4. 4 '처형 강제추행' 혐의 유영재, 검찰 송치…선우은숙 측 녹취록 인정
  5. 5 절반이나 남아 생산라인 세웠다…재고 쌓인 전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