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어떤 부류가 돈을 벌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1.21 18:18

'베어마켓 랠리' 불과 vs 'W자 추세반전' 가능성

증시를 다루면서 많은 사람과 리포트를 접하다보면 세상엔 여러 부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시로 급변하는 장세에서 유연한 변신이 필수고, 한 사람이 마냥 한 쪽을 고집하거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대충 구분이 된다.

지금처럼 디플레 공포가 눈앞에 펼쳐질 때 겁을 먹고 종말론을 추구하는 쪽이 다수인 건 부인할 수 없다. 경제지표가 연일 사상최악이고 어떠한 글로벌 공조도 먹히지 않는 가운데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한다면 위기를 들먹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코스피지수가 2003년 카드버블 시점인 500대로 떨어질 수도 있고 9.11 테러 직후처럼 400대로 더 내려갈 수도 있다. 혹은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200대로 무너질 가능성조차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주가는 신만이 아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 정도까지 주가가 떨어진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 나라 경제가 망가지고 길거리엔 실업자가 천지를 이룰까. 과연 그런 전망을 하면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디플레에 대비하면서 주식과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을 팔고 현금을 확보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보유자산을 모두 팔았다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다. 나중에 거저 주을 수 있을 정도까지 기다린 뒤 바닥에서 사면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IMF로 국가부도가 났을 때 주식, 채권, 아파트, 외제 중고차, 골프회원권 등등 어떤 것이든 샀다면 대박이었다.

대박을 맞기 위해서는 자산가격 상승이 전제돼야 한다. 제로금리가 되면 보유 현금에 이자가 붙지 않으니 매우 싼 값에 산 것들의 가격이 떠야만 재테크의 진수를 향유할 수 있다. 만일 이런 생각으로 종말론을 주장한다면 이는 진정한 종말론 신봉자가 아니라 기회를 엿봄이다.

이런 부류는 가격 상승에 짜증을 낸다. 내심 생각하는 수준까지 값이 떨어지고 난리가 나야만 쾌재를 부르면서 정확한 전망을 자찬할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현재 상황을 디플레 국면으로 보면서도 가격 하락추세를 음미하는 다른 부류가 있다. 부동산을 팔지 않았고 주식을 전량 처분하지도 않았지만 가격 하락을 투자기회로 여기는 쪽이다.

비록 보유자산 가격하락으로 평가익이 줄어들었거나 매입가격 밑으로까지 떨어지면서 평가손까지 입고 있다고 해도 절망하지 않고 추가 매수에 나서려는 사람들이다. 보유 현금이 어느정도 있는 경우가 주를 이루는데 경기나 가격에 사이클이 있다고 확신하는 쪽이다.

이미 전재산을 자산에 투입해 놓은 채 가격하락을 맛보는 사람은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부류다. 속칭 '물타기'를 할 여력이 없다면 자산가격 회복만이 예전 부의 수준을 지키는 길이 된다. 투자와 철수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물려 있지만 생황에 지장이 없는 쪽은 원치 않는 장기투자자가 되면서 호황을 기다라는 인내를 발휘하면 된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능력 이상의 투자를 감행한 쪽은 바닥임을 알면서도 투매에 나서야만 하는 이중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당장 살기 위해 알토란같은 핵심 우량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면 나중에 가격이 회복돼도 기대할 게 없다. 디레버리지 상황에 빠진 많은 글로벌 금융기관처럼 한때 세상을 풍미했던 기억만 남게 된다.

마지막 부류는 주식, 채권, 외환, 부동산, 상품 등 어떤 시장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재테크와 무관한 쪽이다. 거주하는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움직일 생각이 없고 주식투자 같은 재테크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전혀 손댈 생각이 없다. 세상에 이런 부류가 있을까 의심되지만 의외로 많다.

코스피지수 1000선이 깨지고 900선 붕괴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선 D의 공포를 강요당했다. 하지만 반나절만에 1000선이 회복되는 반전이 일어났다.
올 들어 수없는 반등을 봤지만 모두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했기 때문에 오늘 증시 급상승 반전이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만일 오늘 주가 상승이 이중바닥을 완성하면서 W자 회복의 신호탄일지. 주가가 어디까지 빠질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추세 전환도 지나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막상 디플레이션이 와도 인간사에 큰 변화는 없다. 기본적으로 먹고 입고 타는 것은 비슷하다. 가격과 질의 문제일 뿐 인간 생활에 필요한 행동은 영위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대부분 인간에 필요한 기업들이다. 꿈만 꾸거나 신기루를 쫓는 기업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인간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종목이 핵심업체다. 꼭 사용해야 하는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꼭 이용해야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경우 어느 정도의 독과점 시장 지배력과 기술력을 잃지 않는다면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기업이 망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면 남는 것은 주가 동향이다.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면 훌륭한 재테크다. 반대로 남들이 다 산 뒤 거품이 끼었을 때 사거나 남들이 다 팔고나서 역버블 상황까지 몰렸을 때 파는 것은 실패로 결론이 난다.

세상 대부분이 주가 상승을 외치던 작년이 고점이었다. 1년만에 세상은 주가 하락을 확신하고 있다. 이번에도 이같은 인간심리 지표가 맞을 지 지나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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