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강남 불패'… D공포에 엔고까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08.11.23 16:05

집값 급락 진원지-엔화대출 부메랑…돈흐름 민감 증권사 지점축소도

강남이 흔들리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강남 아줌마로 상징되는 '강남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금융·실물에서 한꺼번에 진행되는 위기가 강남권을 집중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의 돈줄이 말라가자 자금 흐름에 민감한 증권사들은 강남에서 확장전략을 수성전략으로 바꿨다. 강남 영업망 확충에 나서던 증권사들이 이제는 강남 지점을 폐지 또는 통폐합하며 현상유지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주 20개 점포를 통·폐합한 미래에셋증권은 강남권에서만 5개의 점포 문을 닫았다. 강남대로점, 도산대로점, 삼성동점, 도곡렉슬점, 잠실레이크점이 그 곳. 동양종금증권도 최근 임대조건 변경 문제 등이 겹치긴 했지만 강남 지역 점포를 두 곳(서초중앙, 방배역)을 줄였다.

미래에셋증권측은 “과거에는 강남 지역 신규 입주, 상권 선점 등으로 고객의 요청이 워낙 많았지만 최근 수요가 줄어들어 고정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지점을 통합했다"며 “지점을 크게 늘린 지역이 강남이어서 그쪽부터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과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강남 집값은 여전히 한겨울 시세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 등이 앞다퉈 돈줄 공략에 나섰던 강남 지역의 영토 확대 대전도 소강상태다.

엔화 급등도 강남을 위협하고 있다. 계주 잠적으로 최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계모임 ‘다복회’의 경우 회원이자 피해자가 주로 서울 강남의 '있는 집 사모들'이다.

강남권에선 집값이 연초보다 30% 가량 떨어진 곳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단지이자 집값 상승의 아이콘으로도 통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102㎡가 최근 7억8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오면서 또다시 8억원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수년간 10억원을 유지했던 은마아파트의 가격 저지선이 올들어 9억원, 8억원, 7억원대로 줄곧 하락세다.

단지 하나를 팔면 서울시 몇 구 전체 아파트를 살 정도였던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도곡렉슬, 삼성동 아이파크 등도 고전하고 있다. 시세보다 수억원에서 10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급매물을 내놓아도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엔고 현상도 무섭다. 엔화 대출을 통해 집을 사거나 사업을 확장한 이들이 주로 강남 지역에 사업장을 두거나 거주하고 있다. 엔화대출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 초반이던 2~3년 전 의사 등 주로 고소득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으로 돈줄이 죄여진 상황에서 은행과 보험사, 캐피탈사 등은 집값을 빌리려다 관련 규정 때문에 낭패를 봤던 이들에게 엔화 대출을 권했다.

엔화대출은 엔화 대비 원화값이 800~900원 선에 머물던 2006년과 지난해 상반기에 집중됐다. 원/엔 환율이 최근 1400~1500원을 오가자 대출자들은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집값 하락, 경기 침체까지 한데 몰려 고통이 두 세배로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압구정동과 강남역 주변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들은 엔화대출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2~3년 전 강남 개업의 사이에서는 엔화대출이 유행했었는데, 결국 이 지역에서 병·의원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대출이자마저 3%대에서 5~6%대로 40~50% 가까이 올랐다. 일부 은행에서는 엔화 조달이 어려워지자 금리를 7~8%까지 올려 대출자들이 모임까지 만들어 집단적으로 항의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자산 디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강남의 우선 타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스피드뱅크는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한 절대법칙이었던 '강남불패'가 깨졌고 지금과 같은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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