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수주취소 쓰나미? 조선업계 '덜덜'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 2008.11.21 14:47

올들어 수주 취소 크게 늘어..국내 조선소도 영향권

지난 19일 오전 한 증권사의 메신저를 통해 한 해운사의 계약 취소 소식이 전해졌다.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해운사인 나비오스(Navios)가 용선(배를 빌려주는 것) 계약이 확보되지 않은 벌크선 12척의 수주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불똥은 STX조선으로 튀었다. 그 중 3척이 STX조선이 건조하는 선박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STX조선측은 나비오스로부터 수주한 2척의 벌크선이 정상적으로 건조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한동안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벌크선운임지수(BDI)가 급락해 벌크선을 주로 운용하는 벌크선사들의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벌크선 수주 취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신조선계약이 취소된 벌크선은 모두 150여 척에 이른다. 이 같은 취소건수는 이례적인 수준이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4-5년간 조선시장이 활황기였기 때문에 수주 취소 통계가 필요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벌크선 시황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벌크선 수주 취소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경영 악화로 벌크선 선사들이 파산할 경우 계약 취소가 불가피하다. 파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벌크선 신조선가격이 급락해 계약금 보다 더 떨어질 경우에는 파산전이라도 생존을 위해 주문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벌크선은 곡물이나 원자재를 싣고 다니는 화물선으로 최근 2~3년간 중국 등 신흥시장의 원자재 수요 급증 등으로 운송량이 크게 늘어 운임과 가격이 모두 폭등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선박 가운데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벌크운임지수(BDI)는 올해 5월20일 1만1793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여섯달 만인 11월19일 859로 93%나 폭락했고, 벌크선 가격도 가장 먼저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벌크선 발주계약 취소 사태는 중국 중소 조선소를 중심으로 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국내 조선소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신설 조선소들 가운데 벌크선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 많고, STX조선 등 일부 대형 조선사들 가운데도 벌크선 수주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임종관 박사는 "은행 자금이 조선 해운업 등 물류 산업으로 흘러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태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3. 3 11만1600원→44만6500원…미국 소녀도 개미도 '감동의 눈물'
  4. 4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5. 5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