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큰손'도 못 말린 씨티 폭락..왜?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11.21 08:03

사우디 왈리드 왕자 지분 5%로 확대 의사..주가는 또 최대 하락

중동의 석유 재벌인 사우디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도 폭락하는 씨티그룹을 말리지 못했다. 현재 씨티그룹의 주요 주주인 사우디의 왈리드 왕자는 20일(현지시간) 씨티 지분을 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분은 4%가 조금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씨티가 펀더멘털에 비해 싸다는 것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왈리드 왕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씨티의 현재 주가는 심각한 수준으로 저평가됐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지분을 늘리기로 했다"며 "씨티는 미 재무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 받고 자산과 주식 매각 등을 통해 75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고 구조조정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일련의 조치들이 장기적으로 씨티그룹을 굳건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왈리드 왕자는 특히 "경영진에 대한 믿음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큰손'이 주식을 더 사겠다는 대형 호재급 뉴스에도 씨티그룹은 역사상 최대 하락률을 하루만에 갈아치우는 폭락세를 지속했다. 이날 하락률은 26%(종가 4.71달러)로 전날 23%보다 더컸다. ' 7억5000만주가 거래되며 투매와 저가매수가 맞물렸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재무부가 7000억달러 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사들이기로 했던 부실 자산 인수 계획을 변경하자 부실 자산이 많은 상업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씨티는 여기에 170억달러가 넘는 부실 자산을 자회사인 자산유동화전문회사(SIV)로부터 사들일 것이라고 전날 공개해 공포를 야기했다.


왈리드 왕자는 1990년대초 5억5000만달러를 들여 5%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며 씨티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씨티는 부동산 침체와 저축대부(S&L) 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었다. 당시 왈리드 왕자는 씨티의 구세주 역할을 했다.

씨티는 이번 신용경색 돌발 이후 민간투자자로부터 500억달러, 정부로부터 250억달러를 각각 수혈받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아부다비투자청은 75억달러를 들여 4.9%의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현재 최대주주다.

전문가들은 씨티의 연이은 추락에 대해 상업은행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고수익을 추구해 투자은행 쪽으로 외형을 확장했던 월가 대형 은행들에 대한 시장의 심판이라고 해석했다. 자산상각을 보충하는 자금 수혈, 대대적인 직원 감원 뿐 아니라 지금의 사업 모델, 경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용 손실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JP모간체이스까지 이번주 들어 폭락세를 보이는 변화를 주목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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