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변화 앞두고 '정중동'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8.11.27 04:06

[머니위크 커버스토리]삼성타운과 강남역 주변 상권

삼성타운이 새로 자리 잡은 강남역 3,·4번 출구(서초4동)쪽 블록은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황량한 벌판 같았다. 여름에는 논과 밭에서 농작물을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겨울에는 이곳에 물을 댄 스케이트장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초로 인접 인도는 폭이 2m도 되지 않아 맞은편에서 행인이 오면 차도로 나와야 할 정도였다.

그러던 이곳이 '글로벌 자이언트' 삼성이 들어오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빌딩 앞에는 널찍한 공간이 생기고 빌딩 숲을 연상시키는 철제 구조물이 조성돼 있다.

서쪽으로 100m쯤 떨어진 지역에는 삼성타운이 들어서기 전과 비슷한 분위기의 부지가 자리 잡고 있다. 7만㎡에 이르는 롯데칠성부지다.

최근 서울시가 도심개발활성화를 골자로 한 신 도시계획체계를 발표함에 따라 이 롯데칠성부지도 내년도부터 용도변경이 가능해졌다. 롯데는 이곳에 삼성타운보다 3배 큰 롯데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업무단지를 계획하고 있는 서초구와는 달리 롯데 측은 롯데타운을 백화점과 호텔, 오피스타운 등으로 꾸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자금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는 강남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서쪽으로 1km가량 떨어진 우림건설은 얼마 전 입주한 새 사옥을 임대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12월 초 성남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강남역의 터줏대감이었던 신성건설도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강남사옥을 매물로 내놨다. 신성건설의 강남사옥 매각금액은 165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건설도 2010년경 강남을 떠나 인천 송도로 본사를 옮길 계획이어서 강남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소외된 서초로의 부활

격동의 지역, 강남역 인근의 상권을 둘러보면 도로와 연관이 많다. 삼성역에서 시작해 지하철 2호선 라인을 타고 동에서 서로 뻗은 테헤란로는 서초로로 바뀌면서 맥이 끊긴다. 왕복 10차선 도로가 강남역을 통과하면서 6차선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팽창했던 빌딩 숲도 강남역에 와서 딱 끊겼다. 남북으로 뻗은 강남대로 주변으로도 고층 빌딩들이 발달한 것에 비하면 유독 강남역에서 서초로 방향만 황량한 상태였던 것이다.

이곳에 고급 주거단지가 들어서고 삼성그룹이 터를 잡으면서 전혀 새로운 지역이 됐다. 특히 삼성타운은 이 지역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았다.

삼성의 입주와 더불어 롯데칠성의 호재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곳은 진흥아파트다. 진흥아파트는 1978년 준공돼 재건축 시한을 충족했으나 일반주거지역의 용도상향이 관건이다.

일단 서초구 측은 준상업지구의 확장을 이유로 진흥아파트의 용도변경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롯데칠성부지의 지구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효과 아직은 미진

연면적이 63빌딩보다 2배가 넓은 삼성타운의 등장은 강남 상권을 재편할 것인가. 삼성타운 주변은 재편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다.

통상 상주인구 대비 1.5배의 방문객이 생기고 3배 가량이 주변 상권을 이용한다는 상가이론에 비추어보면, 삼성타운 상주인구를 2만명으로 볼 때 하루 삼성타운 인근에는 11만명의 이용객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브랜드파워를 감안하면 20만명의 유동인구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삼성이 땅을 사들인다던 1990년대 말부터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최근 1~2년간 오피스텔이나 상가의 매매가와 임대가는 2배 가까이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 파워를 확인하기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싶다. 삼성그룹의 입주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데다가 높은 물가를 이유로 삼성맨들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이제 옮긴지 몇 주되지 않았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는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분위기”라며 “식사 후에는 주변이 익숙치 않은 직원들이 답사 차 곳곳을 돌아다니는 광경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 직원들의 씀씀이가 기대에 못미치자 주변 상점들도 울상이다. 삼성타운 인근의 한 음식점 주인은 “삼성이 들어오기는 했는지, 입주는 했는지 피부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이곳 상인들은 대부분 비싼 임대료 때문에 큰 부담을 안고 있지만 일단 꾹 참고 기다리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삼성타운 효과로 인한 상권 변화에 대해 “강남역 상가 시장의 재도약은 상권 반영이 본격화되는 시기인 2009년 하반기 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타운 상가 소문 진실은?

좀 더 범위를 좁혀 삼성타운 내 상권은 어떻게 형성되고 있을까? 우선 가장 많은 점포가 들어선 삼성전자빌딩(C동)에는 23개 상점이 운영하거나 준비 중이다. 강남역 지하상가가 4번 출구와 연결돼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는 장점을 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빌딩(A동)에는 5~6개의 점포가 준비 혹은 운영 중이고, 삼성물산빌딩(B동)에는 상점이 없다.

삼성상가에는 주로 브랜드파워가 높은 커피전문점이나 레스토랑이 입점했다. 인근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삼성 입점에는 나름대로 까다로운 심사가 있었다. 삼성 본사 내 상점인 만큼 품위 유지(?)에 해가 되지 않는 종목으로 선택했으리라는 추측이다.

한 주변 상인은 "이곳 상점 주인중 상당수는 삼성그룹 임원 출신이거나 관계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타운의 상가 임대가격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다. 이곳에서 1년 가까이 상점을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구매자보다 입점문의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을 정도”라면서 “임대가격이 얼마나 되는 지 궁금해 하지만 삼성과의 약속에 따라 가격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는 나를 두고 삼성 직원 출신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난 현대맨이었다”며 삼성임원 독점임대에 대한 소문을 일축했다.

대부분의 상점이 지배인을 두고 운영하다 보니 상점의 실질 소유주와 연결이 되지 않았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높은 임대료를 받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상점 주인은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삼성의 브랜드가치와 강남에 입지한 상점의 시세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예상 금액의 약 1/3정도에 임대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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