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원! 환율 왜 폭등했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이윤정 기자 | 2008.11.20 18:42

장 후반 기록, 1弗=1497원 마감… '통화스와프 효과' 3주만에 실종

고환율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저항선인 1500선을 돌파해 1517원까지 치솟았다.

당국의 개입 등으로 후퇴했으나 전날보다 50.5원 폭등한 1497.0원에 마감했다. 이는 외환위기가 직후인 98년 3월13일의 1521.0원 이후 10년 8개월 만의 최고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을 1250원까지 끌어내렸던 한·미 통화스와프협약('달러 우산') 효과가 불과 3주새 실종됐다.

↑ 20일 원/달러 환율 일중 변동 그래프.
◇"달러를 달라"= 이날 국내외 주요 주가지수가 폭락하면서 시장참가자들의 달러 매수 수요가 커졌다. 금융위기의 2차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고 딜러들이 전했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웠다. 전날보다 53.5원 상승한 15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수출업체들의 네고와 차익실현성 고점 달러 매도로 1480원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1500원 선이 재돌파되면서 환율은 빠른 속도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환율이 오버슈팅 양상을 보이자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정부는 지나친 시장불안을 방치하지 않겠다"며 구두개입을 단행했다. 정부가 달러 매도 실개입도 병행한 것으로 관측됐다. 당국 개입에 은행권의 차익실현 달러 매도도 가세하면서 환율은 1500원 아래로 하락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당국 개입이 환율 상승 속도 조절 차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치솟는 환율이 "비정상적인 모습"이라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은행권은 외화유동성이 더 악화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였고, 한국은행도 긴급회의를 열고 시황에 매달렸다.

"시장이 정상이 아닌 만큼 어느 선까지 오를 것인지 전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날 환율 폭등세를 지켜본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요원하고 외국인 자금이탈이 지속돼 환율 하락세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왜 올랐나= 정부가 시장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는데도 환율이 연일 폭등한 것은 외국인의 투자자산 회수가 1차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금융위기 전 대출 등으로 투자규모를 늘렸으나, 이제는 자산을 처분해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디레버리지(deleverage) 방침으로 선회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지난해 7월 이후 월평균 3조원대의 채권을 매수했으나 올 6월부터 순매도로 돌아섰고, 매도액도 7월 2조원에서 10월 5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주식시장에서도 7월1일 이후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15일에 불과하다.

결국 이들의 달러수요가 국내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과 정부가 25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했으나, 대세를 돌리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들이 달러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전환한 것도 환율 상승세를 부채질 하고 있다. 국내 외은지점은 본점에서 달러를 차입해 국내채권 및 주식 등에 투자했으나, 이제는 자금상환을 요구받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도 연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해 자금을 회수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 외은지점의 외화차입금 규모는 787억9000만달러로, 국내은행(535억1000만달러)보다 절반 가량 많았으나 최근 역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NDF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헤지를 목적으로 한 NDF시장의 거래규모가 커지면서, 이제는 되레 정규시장 가격까지 흔드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정규시장에서는 비정상적인 거래나 가격변동이 상대적으로 작다"며 "시가나 종가는 대부분 NDF 환율을 기준으로 변동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환율이 폭등세로 출발한 것도 전날 NDF의 영향"이라며 "NDF에는 달러 및 원화 실수요자 뿐 아니라 차익을 노린 투기거래까지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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